넘치는 카리스마와 우스꽝스러운 ‘허당기’가 극과 극을 오간다. 연기자 차인표가 자신의 연기인생을 다채롭게 담은 영화 ‘차인표’를 내년 1월1일 넷플릭스로 공개한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내년 1월1일 넷플릭스 통해 공개되는 영화 ‘차인표’는?
‘극한직업’ 제작진 구애에 출연 결정
실제 고착화된 이미지 재연하기도
“프레임에 갇힌 사람 들여다본 느낌
나를 통해 세상에 얘기하고 싶었다”
정갈하게 빗어 넘긴 헤어스타일에 검지를 흔들며 드러내는 쓸쓸해 보이는 몸짓과 표정, 하지만 색소폰 연주 소리는 감미롭게만 들렸다. 많은 여성의 로망을 자극했다. 숱한 남성들은 그를 따라하지 않으려는 척했지만, 어쩔 수 없는 유행의 조류에 몸을 실어야 했다. 검지를 흔들며 여심을 유혹한 남자의 나이, 29살이었다.‘극한직업’ 제작진 구애에 출연 결정
실제 고착화된 이미지 재연하기도
“프레임에 갇힌 사람 들여다본 느낌
나를 통해 세상에 얘기하고 싶었다”
이제 그는 54살의 나이로 중년에 들었다. 그리고 그 ‘좋았던 옛날’을 떠올리려 한다.
하지만 현실이 어디 그리 녹록하던가. 어처구니없게도 갑자기 무너져 내린 건물더미에 갇혀 생사의 갈림길에 선 그에게 ‘좋았던 옛날’은커녕 살아갈 방도를 찾아내는 것이 시급한 일이다.
과거의 슈퍼스타? 정말, 어림없는 일일까.
‘차인표’=차인표?≠차인표?
연기자 차인표(54)가 실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영화 ‘차인표’(제작 어바웃필름)를 선보인다. 내년 1월1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하는 영화는 한때 세상에 군림했던 대스타가 전성기의 영예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자칫 극중 주인공이 실제 ‘슈퍼스타’였던 ‘차인표’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차인표’는 정말 차인표일까, 아닐까.
사진제공|넷플릭스
차인표는 28일 ‘차인표’ 온라인 제작보고회에서 “5년 전에 영화 출연 제안을 받고 거절했다”고 말했다. 5년 뒤 그는 “현실이 진짜처럼 되어 버렸다”며 출연을 결심했다고 털어놓았다. “나는 안 그런데”라며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현실. 연출자 김동규 감독도 일단 “차인표로 시작해 차인표로 끝나는 만큼 제목이 차인표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말하지 않았나. 이제 “허구가 아닌 실제 배우 이미지 그대로”(김동규 감독)라는 말도 헛말이 아닌 것처럼 들린다.
김 감독의 말대로라면 영화는 차인표의 실제 이야기일지 모른다. 실제로 차인표는 “일이 한창 많을 때 새 작품을 제안한 연출자들이 내 이미지를 바꿔보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다”면서 “속으로는 굳이 그걸 깨뜨리면서까지 캐스팅하기보다 차라리 다른 배우를 쓰는 게 낫지 않나 생각했다”고 밝혔다. 스스로가 아닌 다른 이들과 세상이 규정한 이미지에 만족하며 살았다는 말이다. 심지어 그는 영화 속에서 자신의 이미지로 고착화한 몇 가지 장면을 재연하기도 한다.
하지만 1994년 MBC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를 통해 말 그대로 ‘혜성처럼’ 나타났던 차인표의 28일 진술에 따르면, 아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특정의 프레임을 다시 들여다보자”
어쩌면 그건 차인표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상이 규정해놓은 것을 새롭게 비틀어 스스로를 되돌아보려는 것일지 모른다. 마침 그는 이제, “정체”를 말한다. 영화 출연 제안을 처음 받았던 5년 전부터 겪어온 “정체기” 끝에서 그는 온전히 이야기를 풀어내기로 했다. 1000만 흥행작 ‘극한직업’의 제작진이 건넨 시나리오를 받아들고 지나온 25년의 세월을 돌이켜본 그는 마침내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풀어내는 데 거리낌이 없을 것이었다.차인표는 그러면서 또 다른 세상을 이야기했다. “나를 통해 어떤 프레임에 갇힌 사람을 들여다보고 싶은 것이 감독의 목표가 아니었나 싶다”고. 그건 특정의 이미지나 고정된 시선으로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려는 숱한 욕망을 한번쯤 되돌아보자는 말로 들려온다.
그래서 차인표는 ‘차인표’를 연기하려 했을 터이다.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엇비슷한 혹은 일말의 유사한 상황을 통해 세상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도 왕년의 슈퍼스타를 그리는 이들의 좀처럼 변하지 않는 기대로 여전한 법. 차인표는 예의 ‘근육질 몸매’를 과시한다. 마침 아내 신애라도 목소리 연기로 그를 응원했다고 한다.
얼굴 살이 빠진 채 26년 동안 지켜온 몸의 근육을 드러내는 일, 차인표가 아니면 누가 할 수 있을까.
배우 차인표 프로필
▲ 1967년 10월14일생
▲ 1993년 MBC 공채 22기 탤런트로 데뷔
▲ 1994년 MBC ‘베스트셀러극장’으로 첫 주연
▲ 1994년 MBC ‘사랑을 그대 품안에’로 일약 스타덤
▲ 1995년 ‘사랑을 그대 품안에’로 만난 신애라와 결혼, 입대
▲ 1997년 MBC ‘별은 내 가슴에’ 이후 ‘왕초’·‘영웅시대’·‘하얀거탑’ 등 드라마 주연
▲ 2001년 MBC ‘그 여자네 집’으로 연기대상
▲ 2002년 ‘007 어나더데이’ 출연 제안에 “남북관계 왜곡 묘사 우려” 거부
▲ 2008년 영화 ‘크로싱’ 이후 ‘타워’·‘감기’ 등 출연
▲ 2019년 다큐멘터리 영화 ‘옹알스’ 연출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