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믿고 보는 배우’ 유준상이었다. 유준상이 특유의 재치와 매력으로 원작 캐릭터를 뛰어넘는 인기를 보여줬다.



지난 ‘경이로운 소문’ 11·12화에서 가모탁을 연기하는 유준상은 경이로움 그 이상이었다. 희로애락이라는 다채로운 감정을 유려하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을 리드하는 그의 모습이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잡은 것이다.
먼저 극 중 악귀 일당에게 붙잡힌 소문(조병규)을 구하러 간 가모탁은 목숨을 건 혈투를 시작했다. 초반에 가모탁은 카운터 맏형 다운 뛰어난 리더십과 함께 속 시원한 악귀 소탕에 나서는 듯했다. 하지만 융의 땅 도움 없이 수많은 악귀을 상대하는 건 무리였을까. 지청신(이홍내)을 끝내 막아내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져버린 가모탁의 모습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긴장감을 선사했다.
다행히 소문의 도움으로 다시 한번 목숨을 잃을 위기에서 벗어난 가모탁은 뜻밖의 기쁨을 맞이했다. 바로 잊었던 7년의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난 것이다.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신명휘(최광일) 시장 선거 비리에 대한 기억을 되찾은 가모탁은 사건 추적에 박차를 가했다. 뿐만 아니라 결혼까지 약속했던 김정영(최윤영)을 만나러 가는 가모탁에게서는 미안함과 고마움, 그리고 다시 만난다는 설렘까지 복합적인 감정이 전해졌다.

하지만 행복했던 순간도 잠시, 갑작스러운 김정영의 죽음은 가모탁의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 가모탁과 만나기 직전 의문의 총격을 당한 김정영은 안타깝게도 생을 마감해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특히 김정영 생명이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괴로워하고, 신명휘 일당들을 피해 장례식장에 가지 못한 채 오열하는 가모탁 모습이 시선을 끌었다.

그런 가운데 김정영의 마지막 사건 기록을 기반으로 그의 죽음이 신명휘 시장과 연관되었음을 알게 된 가모탁은 신명휘가 오랜 시간 감춰온 살인 혐의에 대한 단서를 찾아내며 강렬한 통쾌함을 선사했다.

이처럼 ‘경이로운 소문’에서 보여준 유준상의 희로애락은 명품 배우의 저력을 보여줬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