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피버피치] K리그 동남아 쿼터…모험 없이는 성공도 없다

입력 2021-01-15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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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락 하이프라콘(가운데). 사진제공|부리람 유나이티드 SNS

얼마 전 흥미로운 소식이 K리그에 작은 파장을 일으켰다. K리그1(1부) 전북 현대가 동남아시아 측면 수비수 영입을 추진 중이란 내용이었다. 사실이다. 전북은 태국 프리미어리그 부리람 유나이티드의 사사락 하이프라콘(25)과 접촉해 긍정적 회신을 받았다. 사사락은 과거 전북과 부리람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만났을 때 맹활약을 보여준 바 있다. 태국국가대표로도 뛰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합의서 작성 단계까지 이르렀으나, 부리람 구단주가 사사락의 이적을 허락하지 않았다. 입단 시점이 걸림돌이었다. 전북은 동계훈련부터 합류를 바랐는데 부리람은 시즌이 남았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전북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지난해 1월 도입한 새로운 규정을 이용하려고 했다. 당시 연맹은 ‘동남아시아 쿼터’를 신설해 기존 3+1(아시아 쿼터)에 아세안(동남아) 출신 선수 1명을 추가해줬다. 몇 년 전 K리그에 모습을 드러낸 쯔엉, 콩푸엉(이상 베트남) 등은 기존의 외국인 쿼터로 영입됐다.

규정 도입 첫해 분위기는 미지근했으나, 전북이 뛰어든 이번 프리시즌에는 달랐다. 실제로 몇몇 K리그 팀들이 직·간접적 채널을 통해 동남아 무대를 눈여겨본 정황이 드러났다.

하지만 대부분이 이적시장이 개장하기 전에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남아가 낯선 무대이다 보니 실력 검증이 더 필요했고, 비용 또한 걸림돌이었다. 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몸값이 낮지 않다는 것이 에이전트업계의 전언이다. 한 에이전트는 “동남아 여행을 생각하면 된다. 현지인과 관광객 물가가 다르지 않나. 자국 내 이동이나 이곳(해외)에서 현지(동남아)로의 이동은 모르겠으나, 해외 팀이 현지 선수에게 관심을 보이면 이적료가 2~3배 뛴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사락의 시장가도 상당했다. 국내에서도 어지간한 준척에나 붙는 100만 달러(약 11억 원)의 가격표가 매겨졌다. 전북이 K리그의 ‘큰 손’이어도 선뜻 뛰어들기에는 부담스러운 액수다.

동남아 선수 영입을 통한 마케팅 효과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박항서 감독의 영향이 뚜렷한 베트남 정도만 우호적일 뿐 동남아에서 한국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태국만 해도 우리보다는 일본의 입김이 상당하다. 길거리 간판 상당수가 일본기업 및 제품 홍보다.

그럼에도 시도는 더 많아져야 한다. 당장은 K리그 열풍을 기대할 수 없어도 꾸준한 교류가 이뤄지고, 우수한 현지 선수들이 K리그를 누비면 자연스레 관심은 커질 수 있다. 내셔널리즘이 강하고 자존심 센 사람들이 차고 넘친 동남아에서 축구는 ‘킬링 콘텐트’다. 불투명한 성공 가능성만 마냥 바라보면 부담스럽지만, 투자의 측면에선 충분히 가치 있는 도전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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