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의 ‘광속 포크볼’, 그로저의 ‘불꽃 슛’을 넘을 수 있을까

입력 2021-01-26 15:31: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한국전력 카일 러셀. 스포츠동아DB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의 ‘서브 킹’은 단연 한국전력 카일 러셀(28)이다. 24경기에서 서브로만 81점(경기당 3.38점)을 따냈다. 세트당(총 101세트) 서브득점은 0.802개로 이 부문 2위 알렉스 페레이라(우리카드)의 0.538개를 크게 웃돈다. 그만큼 러셀의 서브 차례가 되면 상대 리시버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러셀의 서브는 강력하다. 득점을 노리는 강력한 서브는 그만큼 많은 서브 범실을 수반하지만, 러셀은 다르다. 세트당 서브범실은 1.02개(총 103개). 효율도 으뜸이다. 공을 높이 띄우고 쭉 밀어치는 형태를 취하는데, 손목을 완전히 감지 않고 끊어서 때리다 보니 공의 움직임이 심하다. 한국전력 장병철 감독은 “영업비밀”이라면서도 러셀의 서브를 야구의 포크볼에 비유했고, KBSN스포츠 이세호 해설위원은 “강하게 때리지만, 마치 플랫 서브와 같은 움직임을 보여 공이 조금만 옆으로 가도 받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서브 장인이라는 의미다. 러셀은 “2011년경 대학교 시절 스포츠 심리학자가 일관성을 강조하며 ‘멘탈(정신력)에 집중하라’고 조언했었다. 대표팀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서브 훈련을 해왔다”고 지금의 서브 루틴을 설명했다.

강력한 스파이크 서브는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V리그 남자부에는 수많은 서브 강자들이 있었다. 2009~2010시즌 에반 페이텍(대한항공)을 비롯해 2011~2012시즌 네맥 마틴, 2015~2016시즌 괴르기 그로저(삼성화재) 등이 주인공이다.

특히 그로저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위력적인 서브로 엄청난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2015~2016시즌 31경기에서 무려 102개의 서브득점(경기당 3.29)을 올렸고, 2016년 1월 17일 KB손해보험전 한 경기에서만 15개의 서브득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V리그 남자부 역대 한 시즌 최다 서브득점도 당시의 그로저와 2018~2019시즌 크리스티안 파다르(현대캐피탈·102개)가 보유하고 있다. 장 감독은 그로저의 서브를 “만화 피구왕 통키의 불꽃슛과 같다”고 표현했다.

포크볼은 변칙적이다. 직구와 같은 궤적을 그리다가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가라앉으며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한다. 그런데 러셀의 서브는 파워도 엄청나다. 좀처럼 빗나가질 않으니 받아내기가 그만큼 어렵다. 반대로 불꽃슛은 공이 찌그러질 정도로 강력하다. 파워 측면에선 포크볼을 능가한다.

그렇다면 러셀의 ‘광속 포크볼’은 그로저의 ‘불꽃슛’을 넘어설 수 있을까. 산술적으론 충분히 가능하다. 그로저의 102개를 넘어서려면, 남은 11경기에서 22개의 서브득점이 필요하다. 경기당 2개꼴이다. 지금의 페이스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