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작 ‘승리호’로 글로벌 콘텐츠 1위를 차지한 송중기. ‘승리호’의 우주선 조종사에서 tvN 드라마 ‘빈센조’의 마피아 변호사로 쉼 없이 변신한다. 사진제공|넷플릭스](https://dimg.donga.com/wps/SPORTS/IMAGE/2021/02/09/105363300.2.jpg)
주연작 ‘승리호’로 글로벌 콘텐츠 1위를 차지한 송중기. ‘승리호’의 우주선 조종사에서 tvN 드라마 ‘빈센조’의 마피아 변호사로 쉼 없이 변신한다. 사진제공|넷플릭스
# 고백
2019년 여름 ‘승리호’ 촬영
다 포기한 주인공과 같은 맘
# 다짐
카메라에 온 몸 던진 시간들
삶의 위기 그냥 받아들였죠
# 행복
내 인생 가장 소중한 건 ‘가족’
아픔 잊고 나의 길 걸어갈게요
“두려움이 없어졌다.”2019년 여름 ‘승리호’ 촬영
다 포기한 주인공과 같은 맘
# 다짐
카메라에 온 몸 던진 시간들
삶의 위기 그냥 받아들였죠
# 행복
내 인생 가장 소중한 건 ‘가족’
아픔 잊고 나의 길 걸어갈게요
광활한 미지의 공간에서 바라본 세상은 다르지 않았다. 지금 발 딛고 선 현실과 결코 동떨어진 공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두려움은 자연스레 사라져 갔다. 한때 “자포자기의 심정”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침잠하던 시절도 없지 않았다.
2019년 7월이었다. 그때 세상 사람들의 놀라움도 컸다.
“다 아는 사실이니까…. 당시 심정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고 싶지만, 쑥스럽다. 그저 개인사일 뿐, 여백의 미로 남겨두었으면 한다.”
그렇게 모든 것을 뒤로하고 오로지 카메라만을 마주했다. 그러고서 이제는 제법 담담하게 지난 시간을 되돌아볼 줄 알게 됐다.
설 연휴를 앞둔 9일 연기자 송중기(36)는 다시 카메라 앞에 앉았다. 5일 OTT(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국에 공개된 영화 ‘승리호’(제작 영화사 비단길)의 주연 자격으로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 나섰다.
검은 후드 티셔츠에 모자를 쓰고 오버사이즈 테의 안경을 쓴 모습이 수수해 보였다. “온라인 화상 인터뷰는 처음”이라며 다소 신기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송중기는 시종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영화 ‘승리호’ 한 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https://dimg.donga.com/wps/SPORTS/IMAGE/2021/02/09/105363299.2.jpg)
영화 ‘승리호’ 한 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극복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스며들겠다”
송중기는 ‘승리호’ 공개를 앞두고 2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극중 캐릭터가 “삶의 모든 것을 내려놓은 자포자기의 상태로, 촬영 때 제 마음과 비슷했다”고 털어놓았다. ‘승리호’ 촬영에 나섰던 2019년 여름 상황에 관한 뒤늦은 고백이었다. 말을 듣는 많은 이들은 자연스레 그에게서 벌어진 일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이혼.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지난 시간에 얽매이지 않으려 했다.
“성격 자체가 자연스러운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서 자연스럽게 가보자고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스며들어가보자는 것이었다. 무엇인가 인위적으로 극복하려 한다고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다가온 삶의 위기 앞에서 그는 그렇게 다짐했다고 돌이켰다. 그리고 영화 ‘승리호’ 촬영에 몰입했다.
‘승리호’는 200억원대 제작비의 한국 첫 우주SF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영화. 5일 공개 직후부터 9일 현재까지 넷플릭스의 ‘전 세계 가장 많이 본 영화’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우리 영화를 얘기하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너무 좋다. 해외에 있는 친구들과 관계자들이 보내오는 문자메시지로 반응을 실감하고 있다. 조금 얼떨떨하기도 하다.”
2092년 우주를 배경으로 우주 쓰레기 수거 청소선인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 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을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속에서 그는 승리호를 조종한다. 냉정하고 제 멋 대로인 듯 보이지만 내면의 아픔을 간직한 채 한없이 따스한 면모를 드러내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츤데레’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나도 가끔은 그랬으면 좋겠는데…, 사실 극중 캐릭터처럼 뻔뻔한 면이 없다. 주변에서 날 ‘츤데레’라고 가리키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스위트’한 스타일이 아니다. 하하!”
![tvN 드라마 ‘빈센조’. 사진제공|tvN](https://dimg.donga.com/wps/SPORTS/IMAGE/2021/02/09/105363302.2.jpg)
tvN 드라마 ‘빈센조’. 사진제공|tvN
“가족은 최고의 소중한 가치”
송중기는 이날 인터뷰에서 브래드 피트와 안소니 홉킨스 등이 주연한 1995년 영화 ‘가을의 전설’을 “50번 넘게 봤다”고 말했다. 연기를 하다가 막힐 때마다 “정서적인” 해답을 찾기 위한 방편이었다는 설명이다.‘가을의 전설’은 제1차 세계대전의 참혹한 전쟁에 맞닥뜨린 세 형제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송중기는 이 영화에서 가족을 보았다. ‘승리호’의 연출자 조성희 감독이 초기 단편영화부터 ‘늑대소년’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 그리고 최근작에까지 모두 담아낸 “가족의 이야기, 가족코드”가 또 다른 계기이기도 했다.
“가족은 최고로 중요한 가치가 아닌가. 평소 가족영화를 좋아하기도 한다. 가족의 이야기에 가장 끌리는 것 같다. 스스로도 이야기의 코드로 중요시 여긴다.”
설 연휴 가족들이 모여 함께 자신의 영화를 봐 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대신 그는 또 다시 새로운 카메라를 향한다.
“이번 설 연휴에는 새 드라마 ‘빈센조’ 촬영을 이어가야 할 것 같다. 사실 오늘 새벽까지 드라마를 촬영하고 2시간 밖에 자지 못했다. 설 연휴에도 촬영이 이어진다.”
![배우 송중기. 사진제공|넷플릭스](https://dimg.donga.com/wps/SPORTS/IMAGE/2021/02/09/105363301.2.jpg)
배우 송중기. 사진제공|넷플릭스
“더 이상 두려움 없는 현실로”
조직으로부터 배신당한 채 한국으로 날아온 이탈리아 마피아 출신 변호사가 ‘빈센조’로 보여줄 새로운 역할이다. 공교롭게도 ‘승리호’와 같은 시기 시청자를 찾아가게 됐다.“드라마와 영화로 동시에 인사를 드리게 돼 두 배의 부담감이 있다.”
송중기는 그러면서도 “욕심도 크다”며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잘 하고 싶은 마음에”라는 전제에서였다. 적어도 그에게 새해를 맞는 욕심이란 허망한 것이 아닐 듯하다.
우주SF 블록버스터 속 우주선 조종사답게 그는 촬영 내내 컴퓨터그래픽 장면을 덧입히는 데 쓰이는 녹색의 크로마키 스크린을 앞에 두고 홀로 연기를 펼쳤다. “혼자서 몇 주 동안 조종실 세트에서 촬영하며 힘겨웠다”는 그는 “크로마키 스크린 앞에 서면 막막해질 때가 있다”면서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상상하며 연기한 고충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만큼 조종실 세트에서 상상한, 영화를 통해 간접 체험한 우주라는 미지의 공간은 새로운 현실이기도 했다.
“내가 겁이 많아서일까. 우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인간미 있는 이야기를 통해 그런 두려움은 더 이상 갖지 않게 됐다. 현실과 다르지 않은 공간으로, 그래서 더욱 친숙한 공간으로 설정한 감독의 힘이기도 하다.”
조성희 감독에 대한 신뢰와 고마움의 표현이다. 하지만 연기자로서 송중기 자신이 새로운 시간을 맞으며 스스로에게 보내는 작은 다짐처럼도 들려왔다. 현실을 향해 자신의 발걸음을 “두려움” 없이 뚜벅뚜벅 내딛겠다는 다짐, 그것이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