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사랑이야!”
LG 트윈스 야수진의 수비훈련 시간이 되면 그라운드는 시끌벅적해진다. 어려운 타구를 처리한 선수한테는 뜨거운 박수세례가 쏟아진다. 반대로 타구를 놓치는 이가 있어도 격려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시발점은 김민호 수비코치(52)다. 김 코치가 “괜찮아”라고 고함을 치면 선수들은 “사랑이야!”를 외치며 껄껄 웃는다. 지친 훈련에도 선수들의 표정이 밝은 이유다.
구호는 다양하다. ‘괜찮아-사랑이야’ 외에도 ‘야-왜’, ‘예스-노’, ‘올 라잇(All Right)-오케이’ 등이 짝을 이룬다. 언제나 김 코치가 선창을 담당하고 선수들이 화답하는 방식이다. 류지현 감독은 “내가 원하는 훈련 방향이다. 나부터 선수들한테 농담하고 소리를 지르며 분위기를 띄우려 한다”며 “LG는 좀 더 밝고 활기찬 팀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이디어를 낸 김 코치는 “선수들끼리 재미있게 대화하면서 집중하기 위한 구호”라고 설명했다. 비단 스프링캠프 분위기를 띄우는 데 그치지 않고 정규시즌에서도 이러한 시너지가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경기를 하다보면 실수는 무조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때 선수가 죄책감에 쌓이면 안 된다. 가령 3회초에 실책을 했다고 치자. 우울한 기분으로 9회까지 가면 안 된다. 나 역시 현역 시절 중요한 경기에서 큰 실책도 해봤다. 그때부터 ‘지도자가 되면 그 마음을 헤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실수는 빨리 잊어야 한다. 고개 숙이지 말자는 우리만의 약속이 구호다.”
선수들의 반응도 뜨겁다. 지난 시즌 종료 후 트레이드로 LG에 합류한 내야수 이상호는 “훈련 분위기가 뜨겁고 재밌다. 선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도 쉽다. 선수들이랑 몸으로 부딪히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채은성도 “김 코치님은 늘 밝은 분위기를 중시하신다. 특히 어린 선수들한테 부담 주는 걸 안 좋아하신다”며 “젊은 선수들은 선배들이랑 훈련한다는 자체만으로 몸이 경직될 수 있다. 그럴 때 이런 구호로 분위기를 띄우면 효과가 있다”며 웃었다.
시즌이 개막한다면 클러치 에러를 범하지 않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물이 엎질러진 뒤에는 이를 빠르게 닦는 것이 중요하다. 봄부터 뜨거워진 LG의 분위기는 가을 이후까지 이어질 듯하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