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피버피치] ‘언택트 시대’ 축구장 환경…비정상의 정상을 기대하지만

입력 2021-02-19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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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이 바이에른 뮌헨(독일)의 우승과 함께 최근 막을 내렸다.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를 제패한 K리그1(1부) 울산 현대를 비롯한 각 대륙 챔피언이 카타르에 모여 진행한 작은 축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성공적이었다.



지구촌 축구를 총괄하는 FIFA에 클럽월드컵은 자존심이었다. 전 세계 A매치들이 줄줄이 연기되고, 2022카타르월드컵 예선이 거듭 미뤄지는 상황 속에서도 축구는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조직의 명운을 건 FIFA와 차기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의 전폭적 지원 속에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A부터 Z까지 모든 시스템이 ‘언택트(untact·비대면)’ 방식으로 꾸려져 눈길을 끌었다.

특히 흥미로운 대목은 기자회견이었다. 소수 매체만 현지에서 활동한 가운데, 현장 취재는 크게 줄었으나 대회 전체를 보면 참여의 폭은 오히려 더 넓어졌다.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활발한 미디어 활동이 이뤄져서다.

FIFA는 출전팀들이 추천한 각국 주요 언론사들을 자체 온라인 채널에 초대했다. 신원이 확인되면 경기 전날 사전 기자회견과 당일 기자회견은 물론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 참여할 자격을 부여했다.



물론 매끄럽지만은 않았다. 각국 매체들이 뒤섞여 접속한 바람에 인터뷰는 자주 끊겼고, 통역도 제공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기존에 볼 수 없던 시스템을 통해 FIFA가 클럽월드컵에 얼마나 정성을 쏟았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늦은 밤과 새벽, 울산의 대회 스케줄에 맞춰 열심히 원격 회견에 참여한 기억을 떠올리면 생각보다 편리했다.

그래도 마음 한 구석은 불편했다. ‘비대면’이 너무 익숙해져서다. 2021시즌을 앞둔 K리그 팀들의 동계훈련만 해도 대부분 원격 취재로 대체됐다. 감독과 선수의 눈을 마주치며 나누던 활발한 소통이 사라지고 화상과 전화, 서면 인터뷰가 대신했다. 현장 냄새가 풍기는 생생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안타까웠다.

지난해 지겹도록 경험한 상황을 반복하는 것은 너무 씁쓸하다. 운이 좋으면 스탠드 일부를 약간의 팬으로 채우고, 상황이 꼬이면 텅 빈 관중석에서 ‘그들만의 경기’를 치를 축구장의 풍경은 상상조차 싫다.

언제쯤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비정상의 정상화는 연내로 이뤄질 수 있을까. 그나마 유관중 경기로 소화하게 된 K리그 개막일이 다가올수록 기대와 설렘의 수치도 높아지지만 그만큼 답답함도 함께 커져가는 요즘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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