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틸리티 대유행, 롯데 자신감의 근거 “못 박기보단…”

롯데 배성근-나승엽-정훈(왼쪽부터). 사진제공｜스포츠동아DB, 롯데 자이언츠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의 가치는 현장에서 더욱 크게 느낀다. 엔트리는 제한돼있는데, 선수 한 명이 여러 포지션을 도맡을 수 있다면 남은 자리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러한 선수들의 시장 가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김하성(26)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한 뒤에도 “슈퍼 유틸리티 플레이어가 왔다”는 현지 보도가 주를 이뤘다.

올해 롯데 자이언츠의 콘셉트도 비슷하다. 허문회 감독의 지휘 첫해였던 2020시즌에는 포지션 경직이 뚜렷했다. 1루수와 중견수를 겸한 정훈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한 포지션을 오롯이 소화했다. 이제는 변화의 폭을 넓힐 생각이다. 자원도 확보돼있다.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배성근이 곳곳에서 1순위 백업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유격수와 중견수가 가능한 신용수라는 카드도 스프링캠프 엔트리에 합류해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김민수도 3루수와 2루수에서 모두 평균 이상의 수비를 보여준다. 이들 모두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붙박이로 활약하며 2군에서는 검증을 마친 상태다.

‘특급 유망주’ 나승엽의 포지션에 따라 연쇄 작용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나승엽은 3루수와 외야수를 소화할 수 있다. 물론 고졸 루키에게 첫해부터 포지션을 이리저리 옮겨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일단 캠프에서는 두 포지션 모두 소화 중인데, 실전을 통해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허문회 감독은 “(정)훈이를 비롯해 (김)민수, (배)성근이 등은 포지션을 못 박기보단 다양하게 활용할 생각이다. 그 선수들이 백업을 해줘야 시즌을 끌고 갈 수 있다”며 “특히 민수와 성근이는 내야에서 다양한 포지션을 맡아줄 수 있는 좋은 선수”라고 칭찬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