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갓 출범한 미국 여자 프로리그의 혁신적인 시도들

입력 2021-03-02 10: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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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 시절 베띠. 스포츠동아DB

미국 여자프로배구 리그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다.

배구의 종주국인 미국은 국제배구연맹(FIVB)의 세계랭킹에서 여자 2위, 남자 3위를 차지할 정도로 빼어난 기량을 갖춘 선수가 많다. 2016리우올림픽에서는 남자가 동메달, 여자가 4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의 수많은 배구리그에 좋은 선수를 꾸준히 공급하는 미국이지만 아직 자국 선수들이 활약할 프로배구 리그가 없다는 것이 미스터리다.

겨울스포츠 경쟁자인 농구 등 4대 프로스포츠의 인기에 치여서라는 얘기도 있고 과거 프로리그 출범에 관여했던 몇몇 사람들의 탐욕 때문에 일이 꼬여서라는 말도 들린다. 하여튼 미국 댈러스에서 2월 28일과 3월 1일(이하 한국시간) 1라운드 경기를 열며 18년 만에 재출범한 여자 프로리그는 혁신적인 경기운영 시스템으로 눈길을 모은다.

무엇보다 팀 경기인 배구를 개인 경기로 변환시킨 발상의 전환이 가장 눈에 띈다. 득점 방식부터가 혁신적이다. 모든 경기는 3세트로 진행된다. 경기의 최종 승패는 각 세트별로 각 팀이 따낸 점수의 합산이다. 세트의 승패를 가리기 위해 듀스 제도는 유지한다. 만일 A,B팀의 경기가 25-23 25-23 17-25로 끝났을 때 기존의 방식대로라면 A팀이 세트스코어 2-1로 이긴 것이지만 미국 여자프로배구의 방식은 전체득점 67-71로 B팀의 승리다. 이 때 각 팀의 세트 승리마다 40점을 주고 경기 승리에는 60점을 따로 선수들에게 준다. 이 방식대로라면 경기에 참가한 각 팀의 선수들이 최대로 따낼 수 있는 점수는 180점(40+40+40+60)이다.

혁신적인 방안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승리 팀에게는 경기에 참가한 선수 가운데 3명의 MVP를 뽑는데 각각 60점 40점 20점을 차등해서 준다. 선수들은 경기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각자의 점수를 추가로 쌓을 수도 있다. 서브에이스 +12점, 서브범실 -8점, 공격성공 +8점, 공격범실 -12점, 연결 성공 +1점, 연결 실패 -12점, 디그 +5점, 리시브 +2점, 리시브 실패 -12점, 블로킹 +12점을 준다. 선수 각자가 경기에서 했던 플레이가 모두 점수로 반영되는 방식이다.

또 하나 눈여겨 볼 것은 팀 구성 방법이다. 한 라운드를 끝낼 때마다 최고점수를 얻은 4명의 선수가 각자 팀의 주장이 되어서 다음 라운드를 함께 할 선수를 선발한다. 현재 미국 여자 프로배구리그에 참가한 선수는 총 44명이다. V리그에서 활약했던 베띠 델라크루즈(GS칼텍스) 셰리단 앳킨슨(도로공사) 아우리 크루즈(현대건설)도 있다. 아직은 경기 숫자도 적고 선수들의 연봉도 많지 않다. 혁신적인 리그의 성공여부는 스폰서와 관중,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이냐에 달렸다. 대기업이 팀을 만들고 소속 선수들에게 연봉을 주는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지만 매주 팀 이름이 주장 선수의 이름으로 바뀌는 새로운 시스템이 성공을 거둘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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