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스토리] 베테랑 셰프까지 초빙한 LG 부필리 맛집, “이천에선 보지 말아요!”

입력 2021-03-02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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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초 10개 구단 국내 스프링캠프. 훈련여건은 해외에 비해 떨어지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반환경은 훨씬 수월하다. 이 때문에 10개 구단 모두 음지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다. 구단별 유튜브 콘텐츠 경쟁이 대표적이다. ‘밥심 대결’도 흥미롭다. 해외 캠프에선 현지 한식당이나 호텔에서 케이터링을 하는 게 전부였는데, 올해는 10개 구단 모두 고퀄리티 식단에 매진하고 있다.



LG 트윈스 선수단은 2월 한 달간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1차 캠프를 소화했다. 선수들은 이곳을 야구장 대신 ‘부필리 맛집’으로 소개했다. 2군 시절 먹은 밥과 차원이 다르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부필리 맛집을 이끈 이보람 영양사(34)는 “함께한 선수들을 이천에서 안 봤으면 좋겠다”는 긍정적 바람을 전했다.

폭설에도 끄떡없던 특급 배송


챔피언스파크 조리사들의 출근시간은 오전 5시다. 선수들이 7시부터 식사를 시작하기 때문에 이를 준비하려면 누구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한다. 점심, 저녁까지 챙겨야 하니 아침·점심조와 점심·저녁조로 로테이션을 돈다.

국내 캠프가 확정된 뒤 LG 식단을 담당하는 ‘아워홈’ 측에서도 만반의 준비에 나섰다. 폭설이 내린 날, 도로가 마비됐음에도 식재료만큼은 정해진 시간에 어떻게든 배송시켰다. 이에 그치지 않고 기존 조리인원들 외에도 시니어 셰프를 특별 초빙했다. 이보람 영양사는 “베테랑 요리사 분이시다. 아무래도 캠프식은 호텔 뷔페 수준으로 꾸리기 때문에 이 분의 도움이 큰 힘을 발휘했다”고 돌아봤다.

아침에는 몸과 뇌를 깨우기 위해 탄수화물 위주로 준비했다. 다만 밀가루도 운동에 방해되지 않게 통밀을 쓰는 등 선수들의 운동능력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 정오 전후로 운동을 하는 선수들은 일반인과 달리 점심을 가볍게 먹기 때문에 고단백 음식과 채소 위주로 구성했다. 저녁에는 지친 하루를 마친 선수들에게 육류가 다양하게 제공됐다.

핫케이크에 메이플시럽 두 스푼 추가


이보람 영양사는 선수들의 취향을 파악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사실 몸에 좋은 음식일수록 거부반응이 크다. 실제로 사과와 당근을 함께 갈아 만든 주스를 내놓았을 때 반응이 좋지 않았다. 다만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 선수들도 따로 어필을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 영양사가 먼저 다가갔다. 그러면서 선수들의 취향도 조금씩 파악했다. ‘캡틴’ 김현수는 선수단을 대표해 의견을 냈다. 이 영양사는 “어느 날은 아침에 핫케이크를 만들었다. 딸기잼, 버터잼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는데 캡틴이 메이플시럽, 꿀, 피넛버터를 부탁했다. 그 덕에 선수들이 다양한 옵션을 확보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외국인선수들을 위한 메뉴도 제공했지만, 이들도 한식에 대한 거부감이 적어 손이 많이 가진 않았다. 로베르토 라모스는 갈비찜과 갈비탕 삼매경에 빠졌다. ‘3년차’ 케이시 켈리는 가리는 음식이 없다. 올해 새로 합류한 앤드류 수아레즈는 쌈장에 푹 빠졌다. 수아레즈는 “특유의 매운 맛과 질감이 좋다”고 귀띔했다.



LG 1군 선수단은 2월 27일 훈련을 마친 뒤 28일 창원으로 내려갔다. 이제 연습경기 모드다. 그 자리는 강릉에서 담금질하던 LG 2군이 채웠다. 이 영양사는 선수단이 떠나는 전날 바비큐 파티를 열었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선 “이천에서 보지 말자”는 바람을 전했다. 모두 1군에서 살아남으라는 격려다. 이 영양사는 “시즌 준비 과정에서 선수단을 든든하게 먹이려고 했는데 만족했을지 모르겠다”며 “올해 꼭 LG가 우승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류지현 LG 감독은 1차 캠프 종료 후 “별다른 문제없이 훈련을 잘했다”고 총평했다. 류 감독과 LG 선수단의 만족에는 이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을 흘린 이들의 노력이 숨어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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