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 조현우. 스포츠동아DB
눈에 띄는 점은 공수의 밸런스다. 3경기에서 9골을 넣고 1실점했다는 건 그만큼 공격과 수비의 조화가 잘 이뤄졌다는 방증이다. 감독이 바뀌면서 대대적인 개편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고무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공격은 울산의 강점 중 하나다. 공격진의 면면도 화려하다. 이번 시즌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이 표방한 ‘홍염축구’, 즉 불꽃처럼 화끈한 축구를 전개할 전력은 충분하다. 수비도 안정감을 더해준다. 불투이스와 김기희를 중심으로 한 포백라인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견고함을 더한다. 아울러 골키퍼 조현우의 슈퍼 세이브도 연승가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조현우는 3라운드 인천전에서 1-0으로 앞서던 전반 44분 네게바의 결정적인 찬스를 놀라운 반사 신경으로 차단했고, 후반 1분 아길라르의 날카로운 프리킥을 온 몸으로 막아냈다. 2라운드 광주전에서도 조현우의 선방이 없었다면 결과는 알 수 없었다. 광주의 유효슛 5개가 조현우 앞에서 무력화됐다. 1라운드 강원전 또한 ‘빛현우’라는 찬사가 쏟아질 정도로 활약은 눈부셨다.
홍명보 감독은 인천전 세트피스 상황에서 실점한 것에 대해 “이런 것이 반복해 나오면 안 된다. 우리가 계속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조현우에 대해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홍 감독은 “조현우는 밖에서 봐온 것 이상으로 좋은 능력을 갖춘 골키퍼다. 같이 훈련하며 지켜보니 근래에 본 골키퍼 중 가장 좋은 선수라는 생각이 든다. 팀 실점이 적은 것은 조현우 덕분”이라고 치켜세웠다.
지난 시즌 울산 유니폼을 입고 전 경기에 출장했던 조현우는 올 시즌도 연속 출장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당 실점률은 0.33이다. 10개의 세이브를 기록한 선방률(GK선방/GK선방+실점)도 91%로 최상위권이다.
울산 양지원 골키퍼 코치는 “(조현우의) 기량이야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선수다. 평소 훈련도 정말 열심히 한다”면서 “다만 이번 겨울훈련 동안 정신적인 면을 잡아주려고 노력했다. 지난해 힘들었던 기억에서 벗어나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말했다.
조현우는 지난해 11월 국가대표팀의 유럽 원정에 동행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A매치 출전이 무산된 것은 물론이고 소속팀 울산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 장면도 TV로 지켜봐야만 했다. 그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시즌 개막과 함께 당시의 아픈 기억을 훌훌 털어버린 모습이다. 정신적으로 강해진 게 선방쇼의 원천일지 모른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