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흥국생명이 보여준 교훈과 박미희 감독이 말하는 해법

입력 2021-03-10 16: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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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은 5라운드부터 2승7패의 부진에 빠졌다. 선두를 질주하다 팀 내부문제로 잠시 흔들렸던 팀은 이재영-다영 자매가 빠진 이후 2승5패다. 최근 경기력이 롤러코스터다. 10일 현재 정규리그 한 경기만을 남겨뒀다. GS칼텍스에 승점1 차이로 앞섰지만 GS칼텍스의 2경기 결과에 따라 개막 이후 125일째 지켜온 1위 자리를 넘겨줘야 할지도 모른다.



흥국생명의 추락은 배구라는 팀 스포츠의 속성을 새삼 일깨워준다. 매스컴에서 매일 찬사를 쏟아내는 김연경 혼자서는 아무리 잘해도 이기기 힘든 것이 배구다. 흥국생명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지금 김연경이 애를 쓰지만 비슷한 눈높이에서 그의 플레이를 이해하고 거들어주는 동료가 없으면 헛수고다. 그런 면에서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말은 맞다. 게다가 올해 33세의 김연경도 한창 때의 기량은 아니다. 타점도 파괴력도 국가대표시절 때와 비교하면 떨어진다. 역시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다.

또 하나 이재영의 공백이다. 비록 지금은 학교폭력으로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지만 흥국생명 선수들은 6년간 팀을 지탱해준 그가 어떤 존재였는지 점점 더 실감할 것 같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속담을 흥국생명 선수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지금의 흥국생명은 시즌 개막 직전과 비교하면 전혀 다른 팀이다. 쉽게 해결방법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 팀의 선장인 박미희 감독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10일 오전 전화연락이 된 감독에게 궁금한 여러 가지를 물었다.


-정규리그 1위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남은 1경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

“끝까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총력전을 펼칠 생각이다. 비록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하지 못해도 13일 KGC인삼공사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 이후 플레이오프까지는 일주일간의 준비기간이 있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흔들리는 팀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실전 경험이다. 우리 선수들 대부분이 어리다. 큰 경기 경험도 많지 않다. 세터 김다솔, 외국인선수 브루나도 그렇지만 센터 이주아, 김채연 리베로 도수빈 등이 부담이 큰 상황에서 경기를 해본 경험이 없다. 이는 실전을 통해서 선수들이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 연습으로만 해결될 일은 아니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긴장된 상황에서 하는 실전이다.”


-연습과 실전은 그렇게 차이가 나는가.

“그렇다. 김다솔도 연습 때는 공격수들에게 편하게 공을 올려주지만 막상 이겨야 하는 실전이 되면 무서워서 제대로 올리지 못한다. 공이 공격수 근처에 어느 정도까지만 가도 때리겠지만 그렇게 못하고 있다. 경기 상황과 동료, 상대 블로킹을 판단해서 공을 올려줄 여유가 없다. 긴장한 선수들은 감독의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고 감독이 지시를 해도 대답은 하지만 엉뚱한 행동을 한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배짱이다. 중요한 상황에서 더 냉정해지고 침착하게 자기의 기량을 발휘하는 선수는 타고나기도 하지만 경기를 해가면서 스스로 터득한다. 지금 우리 팀은 중압감을 이겨내는 심장을 키워야 한다. 연습경기에서 5를 했다면 그만큼을 실전에서 보여줘야 한다. 7만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5보다 못하고 있다. 경기에서 그 격차를 줄여야 한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는 스포츠 격언이 있다. 박미희 감독은 지난 6년간 흥국생명의 감독으로 겪었던 어려움 이상의 힘든 순간이지만 아직 포기를 말하지 않는다. “언제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모른다”는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대역전 드라마는 오직 스포츠만이 쓸 수 있다. 고난이 커야 기적은 더 달콤해진다. 흥국생명의 마지막 얘기가 궁금하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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