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시총 100조 쇼크…김범석 뚝심 통했다

입력 2021-03-14 18: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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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쿠팡의장 “혁신에 투자하겠다!”

쿠팡 시총 100조, 알리바바 이후 외국기업 최대규모
11일 시초가 63.50달러 거래시작
장중 최고 69달러까지 오르다 하락
국내 상장기업 중 시가총액 3위 규모
5조원 조달로 적자해소·투자확대
해외보다 국내경쟁력에 우선집중
쿠팡이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NYSE)의 오프닝 벨을 성공적으로 울렸다. 시가총액이 무려 100조 원에 달한다. 2014년 중국의 전자상거래(e커머스) 기업 알리바바 이후 미국에 상장된 외국 기업 중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다. 김범석 의장은 확보한 자금을 “혁신에 계속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5조 실탄 확보 “투자 계속”

쿠팡은 11일(현지시간) 공모가보다 81.4% 높은 63.50달러(시초가)로 거래를 시작했다. 장중 69달러까지 올랐다가 49.2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쿠팡의 시가총액은 886억5000만 달러(약 100조 원)에 달한다. 12일에는 소폭 내린 48.47달러로 장을 마감하며, 시가총액 872억 달러(약 99조 원)를 기록했다. 단순 비교하면 국내 증시 상장 기업 중 삼성전자(약 494조 원·12일 종가 기준)와 SK하이닉스(약 102조 원) 다음으로 시가총액이 높다. LG화학, 네이버, 현대차도 훌쩍 넘어선다. 수조 원 대인 롯데쇼핑과 현대백화점, 신세계, 이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 기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규모다.

쿠팡은 이번 IPO로 45억5000만 달러(약 5조 원)를 조달한 것으로 보인다. 적자를 해소하는 동시에 추가 투자할 수 있는 여력까지 마련한 셈이다. 쿠팡은 시장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김범석 쿠팡 의장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혁신에 계속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배송 시스템 등 기술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지속한다는 설명이다. 쿠팡은 이와 관련해 추가로 7개의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하고, 2025년까지 5만 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당분간 국내 시장에 전념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장기적으로는 해외 시장 진출 계획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국내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좀 더 집중한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 진행 중인 인수합병 건과 관련해서는 “확신이 서지 않으면 안하는 편”이라며 일단 선을 그었다.


지속된 적자에도 뚝심 투자

쿠팡의 이번 상장은 김범석 의장의 뚝심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보스턴컨설팅그룹 등에서 일하던 김범석 의장은 하버드 경영대학원(MBA)에 재학 중이던 2010년 쿠팡을 설립했다. 김 의장이 사업 초기 미국 증권시장에 상장한다는 목표를 내놨을 때, 이것을 실제로 이루어 내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쿠팡은 소셜커머스 붐을 타고 위메프, 티몬 등과 경쟁하며 성장했다. e커머스로의 전환도 성공적이었다. 쿠팡의 핵심 성장 동력은 정보기술(IT) 접목 대규모 물류를 통한 빠른 배송이었다. 2014년 선보인 ‘로켓배송’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짧아도 3일, 길면 일주일이 넘게 걸리던 상품을 주문한 바로 다음 날 받아볼 수 있는 로켓 배송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반면 사업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대규모 투자에 따른 손실이 컸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쿠팡의 누적적자는 41억 달러(약 4조6000억 원)에 달한다. 이에 대한 우려가 나올 때마다 김 의장은 “계획된 적자(투자)”라고 잘라 말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로부터 2015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총 30억 달러의 투자를 받은 것도 사업을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원동력이 됐다. 쿠팡은 이를 기반으로 전국 30개 도시에 150여 개 물류센터를 지었고, 전국 단위의 로켓배송을 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배달(쿠팡이츠)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쿠팡 플레이) 등 새로운 사업도 선보였다. 이번에 미국 증시에서 흥행에 성공한 것도 이런 투자와 성장 가능성이 있기에 가능했다.

김 의장은 “1960년 한국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79달러에 불과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지만 오늘날은 세계 10대 경제국이 됐다”며 “한국인들의 창의성이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냈고, 우리가 이런 놀라운 이야기의 작은 부분이 될 수 있다는 데 너무나 기쁘다”고 말했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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