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변사’ 최영준 “본능의 힘을 믿자! 다만‥”

입력 2021-03-15 1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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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의 힘을 믿어라!”



배우이면서 싱어송라이터, 개그맨이자 라디오 DJ, 또 문화기획자 …, 무엇보다 오랜 기간 무성영화 ‘변사’로 활동하며 명성을 날려온 최영준. 그는 스스로를 ‘이 시대 마지막 변사’로서 ‘만능 놀이꾼’이라 부른다.

1991년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라는 노래로도 잘 알려진 그는 그 많은 일을 “본능의 힘”으로 해왔다고 말한다.



1976년 명문극단 극단76의 대표작 ‘관객모독’으로 무대에 처음 나섰던 그는 현재에도 무성영화 변사는 물론 극단과 문화콘텐츠 회사를 운영하는 등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런 그가 오랜 세월 묵혀뒀던 예술적 감각을 한 데 모았다. 최근 출간한 서화집 ‘내가 피카소 할애비다’이다.



지난해 1월부터 4월 중순까지 그린 300점의 수묵화 가운데서 112점을 뽑아내고, 거기에 다섯줄 안팎의 짧은 에세이를 써넣었다.

그림은 여백의 미를 한껏 살려내고, 짧은 글은 읽는 이들의 심금을 울린다. 삶의 희로애락과 자연, 가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상징되는 세상살이에 이르기까지 소재도 다채롭다.

때론 재치와 위트로 웃음을 자아내는 가운데 삶의 작은 교훈처럼 받아들여도 좋을 이야기로 가득하다.

예컨대 여린 나뭇가지 사이로 내비치는 달을 바라보며 “누구에게 무슨 소식을 전하려고 봄밤에 달이 이렇게 밝은가?”라고 말하는 방식이다.

그만큼 그가 그려내고 써내려간 그림과 글은 진한 여운을 남긴다.

수묵화와 그에 어울리는 짧은 글을 내놓고 제목은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불리는 피카소에 빗댔다. 까닭은 무엇일까.

최영준은 “세상을 향한 도발이기도 하고, 나 자신을 향한 각오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기존의 질서를 거부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고 부연한다.



그러면서 그가 먼저 떠올린 것은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와 같은 수묵화였다. “이 시대에 어울리는 수묵화”.

“포근하고 여유롭고 세련된 느낌의 우리 수묵화처럼 말을 많이 하지 않은 채 줄이고 싶었다”는 그가 이를 통해 세상에 전하고 싶었던 말은 그리 가볍지 않다.

“본능의 힘을 믿으라는 것”이다. 자신은 “배움도 없고, 경험도 없지만 무작정 그림을 그렸다”면서 그는 그렇게 말했다.

다만 본능은 막연한 충동의 발현이 아니다. 최영준은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왔지만 결국 많은 공부를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필요한 공부는 아주 많이 한다”는 그는 “수묵화를 그리기 위해 세상의 온갖 그림을 연구했다”고 덧붙였다.

스스로를 다져가는 공부를 통해 그는 “본능”에 힘과 논리를 더하고, 그렇게 해서 힘겨운 세상살이에 나선 이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주고 싶었다며 웃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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