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불태운 베테랑 삼성생명 김보미의 작별인사

입력 2021-03-16 14: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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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경기도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 Liiv M 2020-2021 여자프로농구’ 용인 삼성생명과 청주 KB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 경기에서 삼성생명이 우승을 차지한 뒤 김보미가 그물 컷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KB국민은행 Liiv m 2020~2021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5전3승제)을 ‘하얗게’ 불태운 용인 삼성생명 포워드 김보미(36·177㎝)는 더 이상 미련이 없는 듯했다. 삼성생명이 15일 용인체육관에서 끝난 챔프전 5차전에서 청주 KB스타즈를 꺾고 챔피언에 등극하자, 그는 작별인사를 했다. 정든 코트를 떠날 의사를 밝혔다. 구단에도 이미 은퇴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보미의 프로생활 자체가 반전이었다. 유망주 슈터로 각광 받았지만, 제대로 폭발한 적이 많지 않았다. 알토란같은 6번째 선수였을 뿐 확고한 주전이었던 적은 거의 없다. 그래도 그를 찾는 팀은 늘 있었다. 선수생활을 이어나가는 데 큰 어려움이 따르진 않았다. 삼성생명 유니폼을 입은 때도 마찬가지였다.

김보미는 2018~2019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보상선수로 삼성생명 유니폼을 입었다. 표면적으로는 KB스타즈로 간 FA 염윤아의 보상선수로 부천 하나원큐로 이적한 뒤 곧장 삼성생명으로 트레이드됐다. 실상은 달랐다. 같은 시기에 FA 고아라를 하나원큐로 보낸 삼성생명이 협상을 통해 김보미를 꼭 짚어서 영입한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삼성생명이 15년 만에 챔피언트로피를 탈환하는 데 있어 이 보상선수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됐다.

김보미에게 이번 시즌은 롤러코스터였다. 정규리그에선 활약상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출전시간도 평균 20분 정도였다. 6.87점·4.17리바운드·1.37어시스트의 기록도 평범한 식스맨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플레이오프(PO)부터는 달랐다. 아산 우리은행과 PO 3경기에선 평균 34분여를 뛰며 11.0점·4.7리바운드·2.3어시스트로 베테랑의 품격을 과시했다.

챔프전에선 이른바 ‘크레이지 모드’였다. 5반칙 퇴장을 조기에 당한 3차전을 제외한 4경기에선 절정에 가까웠다.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을 정신력으로 이겨내며 맹활약했다. 5경기 평균 12.0점을 기록했다. 수비에서 다소 실수가 있었지만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한 공격력으로 공헌도를 높였다. 5차전에선 4쿼터에만 7점을 몰아쳐 삼성생명이 일찌감치 승부를 가르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 덕에 김보미는 5차전 경기 MVP(최우수선수)로 뽑혔다.

우승트로피와 함께 은퇴하는 것은 선수에게 매우 행복한 일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선수라도 경험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5차전이 끝난 뒤 김보미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동안 짊어진 무거운 짐을 다 내려놓은 듯 몸도, 마음도 가벼워보였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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