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들이 달라졌다”…IT기업 발 ‘공유 붐’, 대기업으로 번져

입력 2021-03-17 15: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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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혁신하지 않으면 기업의 생존 자체가 위태로운 변화와 속도의 시대다. 주력 업종의 급격한 사업 환경 변화는 기업의 도태 혹은 도약 둘 중 하나만을 남긴다. 이 엄청난 속도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모든 임직원이 새로 설정된 방향에 따라 빠르게 집단 지성을 발휘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 문화를 갖추는 것이 필수다.

또한 회사를 단순한 밥벌이의 도구가 아니라 자아실현의 장으로 여기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공정한 성과의 공유도 기업 경영의 핵심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 IT기업에서 시작된 적극적인 소통과 성과 공유의 문화는 이제 대기업 총수들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대기업 총수들, 직접 ‘소통과 공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행보가 대표적이다.



정의선 회장은 16일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온라인 타운홀 미팅을 열고 가장 껄끄러운 주제인 성과보상 체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 직원과 공유했다.

정 회장은 “많이 노력해 주신 직원 분들이 회사에 기여를 한데 비해 존중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죄송스럽게 생각했고, 제 자신도 책임감을 많이 느꼈다”며 “우리가 기존에 했던 보상 방식,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전체 직원 여러분들의 눈높이를 쫓아가지 못했다는 점도 알게 됐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이날 정의선 회장의 발언은 국내 4대 기업 임직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대기업 총수가 직접 성과 보상체계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 대해 직원들에게 밝힌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성과 보상, 승진 등에 문제가 있다면 빨리 바꿔서 직원들께서 정말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금년에는 수익성이 많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보상을 정확하게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일찌감치 ‘소통’의 행보를 보여 왔다.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장기 근속한 직원 6명을 초대해 육개장을 끓여 대접했다. 그룹 총수가 직원들에게 직접 밥을 해준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30년 인생 속에서 SK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회상하고 싶었다”는 최 회장의 말에서 많은 직원들이 직원을 대하는 총수의 진심을 공유했다는 평가다.

2019년에는 신년회에서 사내 임직원들과 100번의 행복토크를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최 회장은 1주일에 2회 꼴로 소통행보를 이어가며 약속을 지켰고 “구성원이 행복해야 기업이 존재한다”는 행복 경영이라는 화두를 사회에 던져 글로벌 리더의 모범 사례라는 외신의 평가를 받기도 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직원들과의 소통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구 회장은 직원들에게 자신을 회장이 아닌 대표로 불러달라고 당부하는데, 이 역시 거리감을 줄이고 격의 없는 소통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실제로 구 회장은 소비자들과의 소통 창구인 콜센터를 직접 찾아 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하고, 부장급과도 직접 소통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부터는 시무식 대신 디지털 영상인 ‘LG 2021 새해 편지’를 발송 중이다. LG그룹은 핵심 인재가 요구되는 계열사부터 보상 체계도 바꾸고 있다.

IT 기업에서 시작된 소통의 바람
대기업에 앞서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창업자나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원들과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종종 가져왔다. 최근엔 게임업체를 시작으로 업계 전반에 성과 보상 체계 개편이 이뤄지면서, 창업자들이 이에 대해 직원들에게 직접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대표적이다.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지난 달 25일 사내 간담회를 열고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온 성과급 기준에 대해 설명했다. 이달 12일에도 이메일을 보내 직접 직원 달래기에 나섰다. 네이버는 24일 주주총회 후 이사회에서 임직원 보상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지난 달 25일 열린 사내 간담회에서 논란이 된 인사 평가제도에 대해 “바로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본래 김 의장의 재산 기부 계획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고자 마련한 자리였지만, 사내 평가제도의 ‘당신과 일하기 싫다’는 항목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자 이에 대한 진화에 나선 것이다. 카카오는 내달 직원들과 함께 인사 전반 문제를 논의하는 태스크포스(TF) ‘길’을 만들기로 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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