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리포트] 수베로 강력 시프트가 한화에 걸리면? “4인 외야도 신경 쓰지 마”

입력 2021-03-2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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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내야진이 21일 대전 LG와 시범경기 개막전 1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 이형종 타석에서 우타자 상대 시프트를 걸고 있다. 대전 | 최익래 기자

내야수비 시프트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하지만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이글스 신임감독(49)의 시프트는 조금 더 강하고, 파격적이다. KBO리그에선 익숙하지 않은 우타자 상대 시프트도 적극적으로 쓴다. 청백전에선 내야수를 외야로 보내 ‘4인 외야’를 가동하기도 했다.

시범경기 개막전인 21일 대전 LG 트윈스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화 내야수들은 타자별, 아웃카운트별은 물론 볼카운트별로 위치를 바꿨다. 2회초 선두 로베르토 라모스 타석에서 3루수 노시환이 왼쪽 내야 전체를 커버하고 2루수 정은원이 2루 베이스 뒤, 유격수 하주석이 1-2간을 커버했다. 그러나 볼카운트가 2S로 유리해지자 하주석과 노시환이 위치를 바꿨다. 데이터상 타자의 타구가 많이 가는 곳에 가장 수비가 뛰어난 선수를 배치하는 방식이다. 하주석을 중심으로 정은원, 노시환은 카운트마다 소통하며 위치를 조율했다.


우타자 상대로도 적극적이었다. 2회초 양석환, 유강남 타석에서는 1루수 라이온 힐리가 1-2간 정중앙에 서고 나머지 세 명의 내야수가 왼쪽을 커버하는 방식이었다. 유격수 하주석은 유강남 타석에서 조금 더 외야 쪽으로 이동했다. 아웃카운트, 타자의 걸음걸이 등을 감안한 결과로 풀이된다.


앞서 시프트를 적극 구사한 팀과의 맞대결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정규시즌은 물론 한국시리즈에서도 내야의 변칙 운용으로 재미를 본 NC 다이노스가 대표적이다. 수베로 감독에게 ‘만일 상대가 지금 한화처럼 시프트를 강하게 걸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 묻자 정석에 가까운 답이 나왔다. 수베로 감독은 “일관성을 갖고 타석에 들어가라고 전할 것이다. 시프트에 따라 타석 접근법을 바꾸지 않았으면 좋겠다. 설령 야수 7명이 모두 한쪽에 쏠려도, 외야수가 4명이라도 본인 타격스타일을 유지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화 내야진이 21일 대전 LG와 시범경기 개막전 1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 김현수 타석에서 좌타자 상대 시프트를 걸고 있다. 대전 | 최익래 기자


예시도 있다. 청백전 당시 좌타자 정진호 타석에서 수베로 감독은 1루수, 2루수, 3루수를 모두 우측으로 보낸 뒤 유격수를 우중간 외야에 배치했다. 이른바 4인 외야다. 당시 정진호는 ‘타자의 카운트’인 볼카운트 3B-1S에 텅 빈 좌측 외야로 타구를 보내려 했다. 결과는 파울. 수베로 감독은 “덕아웃에 돌아온 정진호에게 ‘볼카운트 3B-1S에 단타를 노리는 건 우리의 방향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강한 타구로 장타를 노리는 게 시프트를 대하는 우리의 방식이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류지현 LG 감독도 “시프트는 상대 타자의 멘탈을 흔드는 효과가 있다. 의식하면 지는 것이다. 타자들은 투구 타이밍만 신경 쓰길 바란다”고 전했다.


21일 경기에서 정위치였다면 잡을 타구가 안타로 바뀐 장면도 있었다. 아직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더욱 공격적으로 선수들을 배치해 반응을 체크한다. 시즌에 돌입하면 강도를 어떻게 조정할지, 그리고 인플레이타구타율을 얼마나 떨어뜨리는 효과가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시프트가 한화에 신선함을 불어넣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대전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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