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2024 현장리포트] “풋볼 이즈 커밍 홈!” 잉글랜드, 유로 첫 타이틀을 기다리며

입력 2024-06-21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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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잉글랜드 팬이 프랑크푸르트 뢰머광장에서 유로2024 우승 트로피를 형상화한 배너를 들고 자국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풋볼 이즈 커밍 홈(Football is coming home·축구가 집으로 돌아온다)!”

잉글랜드 축구팬들이 가장 즐겨 부르는 노래다. 클럽 축구에도 목숨을 거는 이들이지만, 대표팀을 향한 애정은 더욱 대단하다. 특히 자국에서 개최된 1996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96) 주제곡이었던 이 노래에는 ‘축구종가’의 자부심이 한껏 묻어난다.

독일에선 지금 축구축제가 한창이다. 2024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4) 조별리그가 진행되고 있다. 개최국으로 A조에 편성된 독일은 스코틀랜드~헝가리를 연파하며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수년간 슬럼프에 빠졌던 독일의 부활이 잉글랜드로선 영 달갑지 않다. 그들은 이번에야말로 ‘축구가 집으로 돌아올’ 적기라고 보기 때문이다. 축구종주국을 자부하는 잉글랜드가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거머쥔 기억은 1966년 자국에서 개최된 월드컵이 유일하다.

우승에 근접한 순간은 종종 있었다. 다만 번번이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2018러시아월드컵 4강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연기돼 2021년 펼쳐진 유로2020에선 결승까지 올랐으나 이탈리아에 승부차기로 져 분루를 삼켜야 했다.

그럼에도 잉글랜드는 주요 대회마다 늘 우승 후보로 거론된다. 유로2024도 예외는 아니다. 대회 엔트리 26명 중 유로 본선 경험이 있는선수가 10명에 불과할 정도로 큰 폭의 세대교체가 이뤄졌음에도 잉글랜드의 전통과 관록을 기대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잉글랜드는 역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꾸준히 대립각을 세운 독일의 페이스를 항상 경계해왔다. 이런 잉글랜드의 감정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던 곳이 프랑크푸르트 아레나다. 잉글랜드는 21일(한국시간) 이 곳에서 덴마크와 대회 조별리그 C조 2차전을 치렀는데, 경기를 하루 앞두고 진행된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감독의 공식 기자회견 시간대가 독일-헝가리전 막바지와 겹쳤다.

잉글랜드 팬들이 모여있는 프랑크푸르트 뢰머광장. 프랑크푸르트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현지시간 19일 오전 풀 트레이닝을 지켜본 뒤 프랑크푸르트로 이동해 늦은 오후 대표팀 감독 기자회견까지 챙겨야 했던 수많은 잉글랜드 취재진은 독일이 헝가리에 화끈한 2-0 승리를 거두고 16강행을 조기에 확정하자 쓴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각자 휴대폰과 TV 스크린을 통해 자국대표팀의 16강행을 확인한 경기장 자원봉사자들이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환호하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실제로 잉글랜드 언론은 대표팀의 행보를 만족스러워하지 않는 눈치였다. 세르비아를 1-0으로 꺾고 대회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을 때조차 부정적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다. 하필이면 대회 일정상 독일의 선전 직후 잉글랜드의 경기 결과가 나오다 보니 특유의 냉소적 반응이 뚜렷하다.

그래도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침착했다. “당연한 승리는 없다. 항상 기쁨을 주는 경기를 하고 싶지만 비현실적이다. 바로 앞의 경기에 집중할 뿐이다.” 대도시 대신 조용한 휴양지인 블랑켄하인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것도 외부의 목소리를 차단해 선수단의 단합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잉글랜드 팬들이 모여있는 프랑크푸르트 뢰머광장. 프랑크푸르트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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