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부활 특집①] 채연 “눈물셀카 흑역사 1위? 소중한 추억 잊지 못해”

입력 2021-03-2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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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 홍보대사 어때요?” 17여 년 전 미니홈피에 올린 ‘눈물 셀카’ 게시글로 ‘흑역사의 아이콘’이 된 가수 채연이 최근 서울시 서대문구 스포츠동아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밝게 미소 짓고 있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싸이월드, 5월에 부활|‘싸이스타’ 채연의 재접속

아픈기억인데 웃음거리 돼 그땐 속상
미니홈피 다시 열려 기대, 이불킥 각오
요즘 SNS는 일방통행 느낌이 강해요
싸이월드는 그 자체로 완벽한 내 공간
‘싸.이.월.드.’

‘도토리’로 구매한 음악을 깔고, 그 위에 ‘얼짱각도’의 셀카도 얹었다. 마치 한 페이지의 일기를 써가듯 ‘일촌’들과 일상의 감성을 나눴다. 돌이켜보면 오글거리거나 숨기고 싶은 ‘흑역사’일지언정, 당대 청춘을 비롯한 3200만명이 ‘미니홈피’를 공유했다. 하지만 이제 그 추억의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다. 당시 사용했던 아이디와 비밀번호도 가물가물하기만 하다.

2019년 수많은 ‘미니홈피’의 문을 닫게 하며 서비스 종료됐던 ‘원조 SNS’ 싸이월드가 5월 부활한다. 청춘의 설렘과 기대감도 커져간다. 서비스 재개를 앞두고 싸이월드에 ‘가상접속’하는 이유이다.

17년 전 미니홈피 ‘눈물 셀카’가 아직도 인터넷에서 회자되고 있는 가수 채연과 함께 ‘일촌’들과 따뜻한 정을 나눴던 그때로 돌아가 보자. 미니홈피를 휩쓴 노래와 영화·드라마도 다시 들여다보는 추억여행이다.

가수 채연이 미니홈피에 올린 ‘눈물 셀카’ 게시글.


‘난…ㄱ ㅏ끔…눈물을 흘린ㄷ ㅏ…’

두 눈에 눈물을 가득 머금은 채 애써 미소 짓고 있다. 하지만 그에 덧붙인 글에서는 ‘허세’와 ‘감성’이 넘쳐난다. “가끔은 눈물을 참을 수 없는 내가 별루”라며 “맘이 아파서 소리치며 울 수 있다는 건 좋은 거야. 꼭 슬퍼야 우는 건 아니잖아. 난 눈물이 좋다”고.

20년 가까운 세월, 여전히 화제가 되고 있는 한 장의 사진, 일명 ‘눈물 셀카’이다. 가수 채연(43)이 2000년대 중반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린 내용이다.

사진과 글은 최근 아이돌 투표 사이트 익사이팅디시가 진행한 ‘싸이월드 재개 소식에 식은땀 흘릴 스타는?’ 설문조사에서 수많은 ‘흑역사’ 스타들의 것을 제치고 당당히 1위에 올랐을까. 채연은 “어쨌든 1위를 하니 좋긴 좋네”라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왜 그랬을까” 후회한 적도 있지만, 이제는 “그 ‘흑역사’가 없었으면 어쩔 뻔 했나” 싶을 정도로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싸이월드 재개 기대돼요!”
이제는 웃으면서 말하지만, ‘눈물 셀카’에는 사실 데뷔 무렵 힘들었던 마음이 담겨 있다. “내게는 아픈 기억인데 웃음거리가 된 것 같아 속상하기도 했다”고 그는 털어놨다.


- 대체 ‘눈물 셀카’는 왜 올렸나.

“원래 ‘새벽 감성’이 무서운 법이잖아요. 하하하! 그때는 심적으로 정말 힘들었어요. 가수로 데뷔해 막 주목을 받기 시작하던 시기였어요. 일은 바쁘지, 난 그렇게 웃음이 많지도, 착하지도 않은데 사람들이 웃는 모습을 좋아해주니 항상 웃기만 해야 할 것 같고….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나 불안함이 극에 달했죠. 쌓이고 쌓여 밤에 자주 울었어요. 어느 날, ‘이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에 찍어 올렸죠. 나름 진지하게 쓴 거였어요.”


- ‘눈물 셀카’가 담긴 미니홈피가 다시 열리는 기분은.

“식은땀이 나지는 않아요. 오히려 기대되는 걸요? 감정을 표출할 방법이 하나도 없던 제게 유일한 소통 창구가 미니홈피였거든요. 활동 모습이 고스란히 다 거기에 들어있어 빨리 찾아보고 싶어요. 물론 ‘흑역사’나 ‘이불 킥’을 각오하고는 있어요. 얼마나 오글거리는 ‘감성글’을 썼을까요?”


- 지금의 SNS와는 무엇이 다를까.

“싸이월드는 완벽한 ‘내 공간’이란 느낌이었어요. ‘일촌’들과 댓글로 왕래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주절주절 내 이야기를 써도 신경 쓰이지 않았고요. 인스타그램 같은 요즘 SNS는 아무래도 ‘일방통행’의 느낌이 강한 것 같아요. 게다가 싸이월드는 그 자체로 ‘추억’이잖아요. 유행가 한 소절 부르면 다 같이 따라 부르듯, 존재만으로도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존재요. 그 시절 모두 함께 한 ‘연결고리’ 같은 느낌이죠.”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추억의 힘, 충실한 현재가 원동력”
싸이월드 재개 소식과 함께 화제가 되면서 팬들 사이에서는 그의 새 앨범에 대한 기대도 나온다. 채연은 “언젠가는 나오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 라이브 실력이 최근 새삼 주목받았다.

“최근에 유튜브에서 ‘라이브 잘하는 가수’라면서 제 무대가 회자된 걸 봤어요. 흐뭇했죠. 자부심도 생겼고요. 주변에서도 앨범 계획에 대해 조금씩 물어봐요. 하지만 아직 조금 망설여지기는 해요. 어떤 시기에 무엇을 보여드릴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요즘 워낙 잘하는 후배들도 많고요. 그래도 언젠가는 다시 좋은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 새롭게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제 또래 동료들과도 자주 하는 이야기이기인데요, 제가 ‘눈물 셀카’ 때 가졌던 혼란을 지금 활동하는 아이돌 후배들도 충분히 느낄 거라 생각해요. 그런 후배들이 기댈 수 있는 모임 같은 걸 하나 만들고 싶어요. 저도 처음엔 표출할 방법을 몰랐다가 볼링, 수상스키 등 취미를 만들면서 극복해갔거든요. 후배들과 함께 봉사활동도 다니고 취미도 나누면서 스스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 추억의 힘은 무엇일까.

“지금 제가 살고 있는 ‘현재’의 시간을 충실하게 보내면 5∼10년 뒤에 이 순간이 추억으로 남는 것 같아요. ‘코로나 시국’ 때문에 힘들더라도 현재를 놓아버리면 안 돼요. 그럼 결국 안 좋은 기억으로밖에 남지 않거든요. 비록 힘들었지만 치열하게 버텼던 시절이 ‘눈물 셀카’로 남아 지금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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