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박나래 성희롱 사과했지만… ‘소속사 대처 최악’

입력 2021-03-26 00: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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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래 성희롱 논란 자필 사과문 게재
“성희롱 논란, 실망감 안겨 죄송하다”
박나래 소속사 대처 최악입니다
성희롱 행위 주체자이면서도 침묵하던 개그우먼 박나래가 자필 사과문을 내놨다.


박나래는 25일 밤 인스타그램 계정에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박나래는 “무슨 말을 써야 할지 고민이 길었다. 웹예능 ‘헤이나래’에서 부적절한 영상으로 많은 분에게 불편함을 끼친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 방송인으로 또 공인(유명한 사람)으로서 한 방송을 책임지며 기획부터 캐릭터, 연기, 소품까지 꼼꼼하게 점검하고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이 내 책임과 의무였다. 그런데 내 미숙한 대처 능력으로 많은 분에게 실망감을 안겼다”고 사과했다.

박나래는 “그동안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 나를 믿고 응원해 주신 많은 분에게 죄송한 마음뿐이다. 앞으로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더 깊게 생각하는 박나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늦은 밤까지 심려 끼친 점 다시 한번 사과한다”고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다.

앞서 박나래는 고정 출연 중인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와플(STUDIO WAFFLE) 웹예능 ‘헤이나래’에서 도를 넘는 성희롱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박나래는 지난 9일 공개된 ‘헤이나래 EP.0’에서 한 남자 연예인을 지칭해 “바지 속의 고추”라며 “바지를 ‘삐’ 처리 해달라. 고추는 채소니까 영상에 나가도 된다”고 말했다. 대화 도중 등장한 당근이란 단어에 대해서도 “당근을 흔들어요?”라며 남성 출연자 앞에서 자위 행위를 연상하게 하는 행동을 보여줬다. 또 발을 모아 테이블 다리를 비비는 등 음란한 행위를 떠오르게 하는 장면을 계속 시도했다.

23일 공개된 ‘헤이나래 EP.2’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박나래는 인형을 만지며 “너무 뒤가 T 아니냐”, “아 그것까지 있는 줄 알았지” 등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인형 사타구니 쪽으로 팔을 밀어넣는 등 행동을 해 제작진이 인형을 모자이크 처리하기도 했다.

‘헤이나래’는 박나래와 헤이지니(본명 강혜진)가 만들어가는 동심 강제 주입 리얼리티 예능이다. 언뜻 동심을 주제로 한 콘텐츠 같지만, 실상은 성인 콘텐츠를 방불케 한다. 제작진은 자극적인 이야기를 부각하며 편집했고, 박나래는 그 판에서 열심히 성희롱 발언을 쏟아냈다. ‘15세 관람가입니다’, ‘어린이 시청 금지’라는 문구가 무색하다. 이는 결국 논란으로 번졌다. 콘텐츠 영상 댓글에는 불편함을 언급하는 댓글이 쏟아졌다.


이에 ‘헤이나래’ 제작진은 공식 사과했다. ‘헤이나래’ 제작진은 24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2회 영상 관련해 구독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긴 점 진심으로 사과한다. 구독자들이 주신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여 2회 영상은 재검토 예정”이라며 “앞으로 공개될 영상 역시 제작에 주의하도록 하겠다. 제작진 과한 연출과 캐릭터 설정으로 출연자들에게 피해를 끼친 점에 대해서도 송구스러운 마음이다. 다시 한번 ‘헤이나래’를 시청해주시는 모든 분에게 사과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제작진 사과와 편집 등으로는 논란이 수습되지 않았다. 콘텐츠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특히 성희롱 행위 주체인 박나래를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상황을 예의주시하던 박나래 소속사 제이디비엔터테인먼트는 선 사과가 아닌 선 하차를 선언했다.
제이디비엔터테인먼트는 26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우선 박나래의 공식 입장이 늦은 것에 대해 죄송하다. 제작진과의 회의가 계속 길어지면서 입장 표명이 늦어지게 된 점 다시 한번 사과한다. ‘헤이나래’ 제작진으로부터 기획 의도와 캐릭터 설정 그리고 소품을 전해 들었을 때 본인 선에서 어느 정도 걸러져야 했고, 또한 표현 방법에 대해서도 더 고민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던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 영상을 시청한 분들에게 불편함을 끼친 것에 대해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과한다”고 사과했다.

제이디비엔터테인먼트는 “‘헤이나래’ 프로그램에서는 하차하기로 제작진과 논의를 마쳤다. 이번을 계기로 앞으로 좀 더 고민하고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 다시 한번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많은 분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한 마음 전한다”고 이야기했다.

사과 문구를 넣었지만, 입장문은 맥락은 논란이 됐으니 하차하겠다는 말로 끝냈다. 이런 소속사는 무지한 수준이 일을 키웠다. 성희롱 행위 주체인 박나래에게 모든 비판이 집중된 것. 박나래 예능 인생을 송두리째 흔드는 상황이었다. 이에 박나래는 침묵을 깨고 자필 사과문을 통해 공개 사과했다.



소속사 무지가 부른 파국이다. 사과가 먼저여야 하지만 소속사는 하차를 논의하고 있었다. 성희롱 행위 주체자는 가만히 침묵했다. 이게 ‘대상 수상자’ 박나래를 벼랑 끝으로 밀어 넣는 행위인지도 모르고. 최악이 더 큰 최악으로 치닫게 했다. 이제 박나래 몫이다. 대중 신뢰를 회복할지 아니면, 위태로운 입담으로 다시 줄타기할지.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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