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2020-2021 도드람 V리그\' 인천 흥국생명과 서울 GS칼텍스의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경기가 열렸다. GS칼텍스가 흥국생명을 꺾고 여자배구 최초로 트레블(KOVO컵, 정규리그, 챔프전 우승)을 달성한 뒤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특정선수 한두 명에 의존하지 않고, 웜업존의 모든 선수에게 골고루 기회를 주면서 이들이 불만을 품지 않도록 만드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많은 팀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삐걱거린다.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은 선수들과 격의 없이 지내면서도 훈련장에만 들어서면 다른 사람이 됐다. 혹독한 훈련 속에 자신이 옳다고 믿는 지도방식을 고수했다. 코트에 들어간 선수들이 팀으로 헌신하고 협력하길 원했다. 선수들은 나를 버리고 GS칼텍스라는 이름으로 뭉쳤다.
정규리그에서 흥국생명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은 그런 헌신의 보상이었다. 그 덕에 9일간의 준비기간을 보너스로 얻었다. 플레이오프(PO)가 3차전까지 갔다. 흥국생명이 파트너가 됐다. 지친 도전자였지만, GS칼텍스도 긴장했다. 세계적 선수 김연경이 네트 반대편에 버티고 있어서다.

3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2020-2021 도드람 V리그' 인천 흥국생명과 서울 GS칼텍스의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경기가 열렸다. GS칼텍스가 흥국생명을 꺾고 여자배구 최초로 트레블(KOVO컵, 정규리그, 챔프전 우승)을 달성한 뒤 선수들이 차상현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차 감독은 큰 경기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선수들을 걱정했다. 기우였다. 2년 전 도로공사를 상대로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PO를 치렀던 GS칼텍스 선수들의 경험은 이미 충분했다.
챔피언결정전 1차전(26일). GS칼텍스는 압도했다. 공격성공률(53%-35%), 유효블로킹(22-12), 공격득점(44-33), 블로킹(9-2)에서 일방적이었다. “모든 것이 완벽해 박수만 쳤다”는 차 감독의 고백처럼 GS칼텍스 선수들의 플레이는 매끄러웠다. GS칼텍스 공격 삼각편대는 다양한 위치에서 높거나 빠른 공격으로 쉽게 득점했다.
GS칼텍스는 장점은 서브였다. 2차전(28일)에서 리시브효율(46%-24%)의 격차는 경기 주도권으로 연결됐다. GS칼텍스의 탄탄한 수비조직력은 1차전 57개에 이어 2차전 68개의 디그로 흥국생명의 공격을 받아냈다. 긴 랠리에서 승자는 GS칼텍스였고, 이것은 선수들의 사기로 연결됐다.
차 감독은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다양한 수비옵션을 준비했다. 블로킹과 수비위치에 변화를 준 영입비밀이었다. 1차전에서 59%의 높은 공격성공률을 기록했던 김연경은 2차전에서 29%로 추락했다. GS칼텍스는 2차전 때 의도적으로 김연경을 향해 공격했다. 많은 디그를 시켜 반격의 여지를 줄이고 체력을 떨어트리려는 의도였다. 1차전 4개에 그쳤던 김연경의 디그는 2차전 15개로 늘었다.
GS칼텍스가 마지막으로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했던 2013~2014시즌의 주인공은 베띠였다. IBK기업은행을 상대로 베띠는 1차전 42득점~2차전 20득점~3차전 50득점~4차전 54득점~5차전 55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1승2패로 몰렸던 4차전에선 공경성공률이 무려 51%였다. 당시에는 에이스 한 명의 힘으로 우승이 가능했던 배구를 했지만, 이제는 다르다. GS칼텍스는 크든 작든 모두의 목소리가 존중받으면서도 하나로 모여 강력한 힘을 내는 새로운 방식으로 우승했다. 지금의 시대정신과도 맞는 GS칼텍스 ‘원 팀 배구’의 성과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