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꼰대’ 김학범의 짧고 굵은 메시지, “기본에 충실하자”

입력 2021-04-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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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 스포츠동아DB

7월 도쿄올림픽을 앞둔 김학범 감독의 올림픽축구대표팀이 3월 소집훈련을 마무리했다.


지난달 22일부터 30일까지 경주에서 진행된 이번 훈련에서 ‘김학범호’는 K리그1(1부) 팀들과 3차례 연습경기를 소화했다. 성과가 좋았다. 대구FC를 3-1로 격파했고, 울산 현대를 4-1로 제압했다. 훈련 최종일인 30일에는 포항 스틸러스를 4-0으로 눌렀다.


올림픽 연령대(이번 대회만 24세 이하)의 이동준, 이동경, 원두재(이상 울산), 윤종규, 조영욱(이상 FC서울) 등이 원정 한·일전에 나선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의 국가대표팀에 차출돼 풀 전력이 손발을 맞추지 못했어도 소득은 있었다.


새 얼굴의 발굴이다. ‘김학범호’에 처음 이름을 올린 2002년생 ‘샛별’ 엄지성(광주FC)은 매 경기 득점포를 가동해 경쟁력을 뽐냈다. 송민규(포항)를 앞서 발탁해 가능성을 확인했던 김 감독은 “상시 경쟁체제가 구축됐다.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만족했다.


선수 26명이 참여한 소집기간 중 ‘김학범호’에서 가장 많이 공유됐던 메시지는 ‘기본에 충실하자’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아주 작은 움직임까지 디테일하게 살폈다는 후문이다. “한 번의 패스에도 정성을 쏟으라. 발목을 단단히 고정시켜 확실히 볼을 배급하라. 동료들이 편안히 볼을 받도록 모두가 돕자”며 열을 올렸다.


일상에서도 기본을 강조했다. 단체로 머문 호텔에서 선수단은 항시 복장을 통일했고, 세수하지 않은 얼굴과 부스스한 머리도 용납하지 않았다. 호텔 직원들을 비롯해 선수단을 돕는 모든 이들에게 살갑게 인사하고 감사함을 전할 것을 거듭 주문했다.


식사 예절도 마찬가지다. 식기를 지저분하게 늘어놓거나 식사 후 자리에서 일어설 때 의자를 테이블 안으로 넣지 않는 행위에는 어김없이 ‘호랑이 선생님’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숙소와 훈련장을 오간 버스에서도 예의가 필요했다. 창 밖으로 손을 내미는 위험한 행동을 하다 혼이 난 이들도 있었다.


그렇다고 분위기가 딱딱한 것은 아니었다. 진지함과 웃음이 공존했다. 같은 패턴의 단조로운 프로그램 대신, 레크리에이션이나 내기 게임 등을 가미해 유쾌한 환경을 조성한 덕분이다.


올림픽대표팀 스태프는 “(김학범) 감독님은 ‘해피 꼰대’였다. 대회 개막과 최종 엔트리(18인) 발표시기가 다가오면서 과도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었는데도 훈련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건 섬세하게 선수들을 위하고 챙긴 코칭스태프의 힘”이라며 활짝 웃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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