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 경기가 열렸다. 8회말 1사 1,2루 두산 박건우가 역전 우월 스리런 홈런을 날리고 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4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선발 라인업을 공개하며 이날 3번타자를 맡은 박건우에 대해 언급했다. 중심타자로 박건우 카드를 꺼낸 데 대해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두산은 이날 KIA를 상대로 올 시즌 실질적인 개막전을 치렀다. 하루 전 같은 장소에서 예정됐던 KIA전이 우천으로 순연됐기 때문이다.
두산으로선 불안한 출발이었다. 당초 1선발로 내정됐던 아리엘 미란다가 팔 통증으로 인해 등판이 어려워지면서 워커 로켓이 시즌 첫 경기 선발투수를 맡았다. 김 감독은 “로켓이 100개까지 던질 몸 상태가 아니다. 90개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고 마운드 운용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최주환(SSG 랜더스), 오재일(삼성 라이온즈) 등 기존 핵심자원들이 프리에이전트(FA)로 팀을 떠나면서 올해 두산에는 ‘위기’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설상가상 외국인투수들의 시즌 전 컨디션 저하까지 겹쳐 물음표의 홍수 속에 출발선에 섰다.
그러나 두산은 특유의 팀 컬러를 올 시즌 첫 경기부터 뽐냈다. 어떤 공백도 대체자원으로 막아내는 두산의 야구가 4일 잠실구장에서 또 펼쳐졌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박건우였다.
박건우는 지난해 1번타자로 가장 많은 타석을 소화했다. 콘택트 능력이 좋기도 하지만 발이 빠르고 작전수행능력이 뛰어나 리드오프로 중용됐다. 하지만 3번 타순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낸 타자였다. 2020시즌 3번 타순에서 거둔 성적은 타율 0.387에 1홈런, 11타점이었다.
박건우는 단 한 타석에서 이 같은 진가를 발휘했다. 이날 두산은 KIA 선발 애런 브룩스의 역투에 막혀 7회까지 0-1로 끌려갔다. 기회를 잡은 것은 8회말. 허경민이 천금같은 1타점 적시타로 1-1 동점을 만든 뒤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가 볼넷으로 걸어 나가 1사 1·2루 추가 찬스가 이어졌다.
앞선 3타석에서 모두 범타에 그쳤던 박건우는 바뀐 투수 장현식을 상대했다. 풀카운트 승부 끝에 장현식의 바깥쪽 높은 직구를 그대로 밀어 쳐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단숨에 4-1로 앞서가는 3점홈런이었다.
승기를 잡은 두산은 9회초 마무리투수 김강률을 마운드에 올려 그대로 경기를 끝냈다. 박건우의 3점홈런이 결승포였다. 경기 후 박건우는 “맞는 순간에는 홈런인줄 몰랐다. 뒤에 김재환 형도 있어서 짧게 치려했는데, 결과적으로 좋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팀이 시범경기 때 너무 못해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코치님들께 개막하고 나면 달라진 결과를 드리겠다고 했고, 오늘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덧붙였다.
잠실|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