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리포트] 도루까지 하는 39세 베테랑…추신수와 144G 동행 그리는 SSG

입력 2021-04-1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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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추신수. 스포츠동아DB

타고투저 경향이 뚜렷한 KBO리그에서 도루의 가치는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성공률이 70%에 못 미치면 안 뛰느니만 못하다는 견해도 있다. 하물며 30대 중반에 접어드는 베테랑들은 더 언급할 필요도 없다. 기본적으로 신체능력이 감소하는 데다, 부상 위험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앞선 3년간 39세 이상 선수의 도루는 리그 전체를 통틀어 14개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박용택(8개), 박한이(5개·이상 은퇴)의 지분이 절대적이었다.

‘추추 트레인’ 추신수(39·SSG 랜더스)의 센스는 이런 통념 위에 있다. 추신수는 10일 잠실 LG 트윈스전 0-1로 뒤진 3회초 1사 1루서 우전안타를 치고 출루했다. 이어진 1·3루 찬스서 최정의 희생플라이로 1-1 동점. 추신수는 후속 최주환 타석서 2루를 훔쳤다. 볼카운트 2B-2S서 케이시 켈리의 타이밍을 완전히 빼앗았다. KBO리그 2호 도루였다. 추신수는 4일 인천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도 베이스를 훔친 바 있다.

KBO리그 공식 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추신수의 4일 기록은 역대 최고령 첫 도루 타이기록이다. 종전 1982년 백인천, 2000년 훌리오 프랑코(이상 39)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물론 추신수가 메이저리그 16년간 통산 157도루를 기록했으니 ‘첫 도루’의 의미는 덜하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한국 나이로 불혹에 접어든 베테랑이 개막 6경기 만에 2개의 베이스를 훔친 것이다.

벤치에서 움직인 것은 아니다. 김원형 SSG 감독은 11일 LG전에 앞서 “사인을 내지 않았다. 본인의 센스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앞선 도루 2개를 살펴보면 전성기만큼의 폭발적 스피드는 아니지만, 투수의 타이밍을 빼앗아 여유 있게 살았다. 세월은 스피드를 빼앗아간 대신 경험에서 나오는 노련미와 센스를 안겨줬다.

SSG는 이런 베테랑을 길게 보고 싶다. 추신수는 10일까지 6경기 중 4경기에 지명타자로 출장했고, 우익수 수비를 2차례 봤다. 11일 경기는 선발 제외였고 9회초 대타로 나와 범타로 물러났다. 김 감독은 “144경기를 완주하기엔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며 웃은 뒤 “끝까지 함께 하기 위해 휴식을 한 번씩 취해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잠실|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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