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리포트] 김재호가 돌아왔다…두산은 그 사이 희망을 또 만들었다

입력 2021-04-21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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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안재석. 스포츠동아DB

두산 베어스의 20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 선발 유격수는 안재석(19)이었다. 144경기 중 한 경기의 라인업. 하지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김재호(36)는 경사를 마치고 돌아오며 에너지와 멘탈을 가득 채웠고, 두산은 그 사이 또 하나의 희망을 만들었다.

두산은 20일 내야수 김재호, 오재원, 포수 최용제를 1군에 등록했다. 야수 중 이탈자는 포수 박세혁, 중견수 정수빈 둘로 줄었다. 오재원은 흉부 통증을 회복했으며, 16일 경사 휴가로 말소됐던 김재호는 셋째 아이 출산을 지켜보고 돌아왔다.

김태형 감독은 롯데전 8번타자 겸 유격수로 안재석을 배치했다. 오재원이 곧장 2루수로 선발출장한 것과 대비된다. 안재석이 적은 기회 속에서도 가능성을 보였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김 감독은 “(김)재호가 사흘을 쉬었다. 감각을 회복해야 한다”며 “(안)재석이가 지금 잘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돌이켜보면 안재석은 지명부터 화제였다. 두산은 2021 KBO 신인드래프트 1차지명으로 서울고 출신 안재석을 지명했다. 두산이 1차지명에서 야수를 택한 건 2004년 김재호 이후 17년만이었다. 롤 모델로 삼은 이와 이름이 나란히 오른 것만으로도 안재석에겐 감개무량했을 법한데, 스프링캠프와 개막 엔트리에도 포함됐다. 멀게만 보였던 우상은 이제 한결 가까워졌다. 삼촌뻘 선배들 앞에서도 기죽는 모습은 없다. 수비의 핵심인 유격수로 꾸준히 기회를 받는 자체가 능력이다.

단순히 미래를 본 선택만은 아니다. 김 감독은 “처음 봤을 때부터 굉장히 좋은 느낌을 받았다. 핸들링이 특히 좋았다. 본인이 욕심도 많아서인지 자신 있게 하고 있다. 김재호 다음으로 유격수를 맡겨야 할 선수”라고 칭찬했다. 이어 “야구라는 게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한 번은 풍파가 올 것이다. 두세 경기 못하면 젊은 선수들은 멘탈에 기복이 생긴다. 하지만 이겨내야 한다. 안재석은 그런 기질도 있는 것 같다. 좋은 선수가 갖춰야할 걸 잘 갖췄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안재석은 올 시즌 네 차례 선발출장에서 실책 없이 깔끔한 수비를 뽐냈다. 단순히 무실책이라는 숫자를 넘어서 17일 잠실 LG 트윈스전 등 수비로 팀을 구해내기도 했다. 미래를 위한 포석으로 생각했던 유망주가 오히려 현재까지 보탬이 되고 있다.

안재석은 “데뷔 첫 선발(15일 잠실 KT 위즈전) 땐 긴장했지만 이후 3경기(16~18일 잠실 LG 트윈스전)는 정말 즐겁게 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회조차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왔다. 내가 가진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재밌게 임했다. 주변에서 좋은말을 많이 해줘서 힘이 되었다. 특히 (김)재호 선배가 첫 선발출장일에 ‘긴장하지 말고 잘해라’고 얘기해주신 게 정말 힘이 됐다”고 밝혔다.

그렇게 출장한 안재석의 20일 롯데전. 좋은 쪽으로는 데뷔 첫 장타를 포함해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몸 맞는 공도 처음이었다. 반대로는 실책과 견제사도 처음 기록했다. 팀도 5-10으로 완패했다. 꾸준히 경기에 나서다보면 어쩔 수 없이 더 많은 실책이 쌓일 테지만, 반대로 더 많은 호수비와 안타로 하이라이트를 장식할 날도 올 것이다. 모든 게 낯선 고졸 루키는 그렇게 하나하나 자신의 기록을 새겨가고 있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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