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창단과 총재의 점심초대 그리고 아름다운 마무리

입력 2021-04-21 09: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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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배구연맹(KOVO)에 2021년 4월 20일은 경사스러운 날이었다. 여자프로배구로만 따지면 10년 만에 새 식구로 페퍼저축은행이 들어왔다. 이날 열린 KOVO 이사회 겸 임시총회에서 페퍼저축은행의 창단은 만장일치로 승인됐다.

2005년 남자부 6개, 여자부 5개 구단 체제로 소박하게 출범했던 V리그가 시즌을 거듭할수록 발전하고 성장한다는 증거가 바로 이번 창단이다. 그동안 KOVO를 이끌던 집행부는 IBK기업은행, OK저축은행(현 OK금융그룹), 우리카드를 새 회원사로 받아들였다. 조원태 총재의 현 집행부는 페퍼저축은행을 추가하며 남녀부 각 7개 구단 시스템을 완성했다.

사실 신생팀 창단은 누구 혼자만의 작품이 아니다. V리그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만든 성과다. 무엇보다 코트에서 최선을 다해 멋진 경기를 펼친 선수들의 공이 크다. 이들을 지도한 코칭스태프, 뒤에서 풍족하게 지원해준 구단 사무국의 스태프, 공정한 판정을 내려준 심판 등 KOVO의 실무진, 멋진 경기를 화면에 담아낸 중계방송사, V리그의 다양한 소식을 전달한 언론매체, 그리고 무엇보다 뜨거운 성원을 보내준 팬들이 있었기에 신생팀 참가가 가능했다.

물론 지금에 만족할 순 없다. 7개 구단 체제는 기형적이다. 경기일정도 복잡하다. 국내배구의 인프라를 고려한다면 남녀부 각 8개 구단 체제가 가장 이상적이다. KOVO 수장으로 취임했을 때 내걸었던 목표 중 하나가 신생팀 창단이었던 조 총재도 이를 잘 안다.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제8구단의 창단을 위해 V리그는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

발표 시기만 보고 있지만, V리그에는 최근 좋은 일이 많이 생겼다. 조만간 방송중계권과 타이틀 스폰서 계약 뉴스로 나올 것이다. 당분간 KOVO의 곳간을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금액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V리그가 뜨거운 인기를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는 이처럼 차고 넘친다.



이런 경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0일 조 총재는 조용히 다른 숙제를 했다. KOVO 이사회를 마친 뒤 대한항공 본사 식당에서 점심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조 총재가 초대한 두 사람은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은 대한항공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과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이었다.

두 팀은 이번 시즌 ‘봄배구’의 마지막 관문에서 멋진 경기로 팬들을 매료시켰다. 모든 경기가 팽팽했고, 수준 높은 플레이가 이어졌다. 과열된 모습도 나왔다. 3차전 1세트를 마치고 발생했던 우리카드 알렉스와 산틸리 감독의 언쟁이 발단이었다. 4차전까지도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않았다. 결국 5차전 때는 신 감독이 상대 감독의 악수를 거부하는 사태로 번졌다.



챔피언결정전 경기마다 두 팀 선수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하고 격려를 했던 조 총재는 시즌을 마치면서 두 감독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꿈꿨다. 그래서 당사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가운데 화해의 자리를 마련했다. 조 총재의 배려 덕분에 점심식사 자리는 화기애애했다. 챔피언결정전이 끝나면서 감정의 앙금이 사라진 듯 두 감독은 서로 즐거운 얘기도 나눴다. 신 감독은 21일 “최부식 코치를 통해서 할 얘기는 다 했고, 어제(20일)는 편하게 얘기를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화해의 점심을 끝으로 2020~2021시즌 V리그는 아름답게 대장정을 마쳤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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