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놓친 프로 첫 타이틀 그리고 눈물…손흥민, 선택의 기로에 섰다

입력 2021-04-27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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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또 눈물을 쏟았다. 주먹으로 땅을 치며 대성통곡하는 모습에 상대 선수들이 일일이 위로를 전했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선 ‘손흥민의 눈물’이 현지 언론들의 화제가 됐고, 감독은 침통한 표정으로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손세이셔널’ 손흥민(토트넘)의 프로 커리어 첫 정상 도전은 이번에도 실패했다. 토트넘은 26일(한국시간)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의 2020~2021 잉글랜드 카라바오컵(리그컵) 결승전에서 0-1로 무릎을 꿇었다. 2007~2008시즌 이후 13년 만의 리그컵 정상을 노렸던 토트넘의 절절한 꿈도, 손흥민의 타는 듯한 간절함도 경기 종료 10여분을 남기고 터진 에므리크 라포르테의 헤딩 결승골에 산산조각이 났다.

왼쪽 윙 포워드로 풀타임을 소화한 손흥민의 몸놀림은 평소와 달랐다. 극심한 부담감에 짓눌린 듯 내내 둔탁했고 임팩트 있는 장면을 연출하지 못했다. 시원한 슛은 없었고, 상대의 템포에 끌려 다녔다. 이번에도 ‘무관의 왕자’로 남게 된 그에게 현지의 평가도 냉정했다. 평소 손흥민의 실력을 높이 평가해온 스포츠 전문채널 스카이스포츠와 풋볼 런던, 후스코어드닷컴 등은 아주 낮은 평점을 부여하며 “전혀 효과적인 모습이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손흥민은 털썩 주저앉았다. 펑펑 눈물을 쏟는 그에게 수많은 사람들이 다가갔다. 따스하게 어깨를 감싸주고 귀엣말을 건네는 이도 있었다. 갑작스레 경질된 조세 무리뉴 전 감독의 뒤를 이어 토트넘의 임시 지휘봉을 잡은 라이언 메이슨 감독대행은 “나도 여기서 뛰었고, 결승에서도 져봤다. (손흥민이) 마음 아파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위로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어떤 말도 위안이 될 수 없다. 손흥민은 우승이 꼭 필요했다. 함부르크SV와 바이엘 레버쿠젠(이상 독일)에 몸담았을 때도,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있는 지금도 우승한 적이 없다.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유일한 우승의 기억이다.

눈물도 많이 쏟았다. 2014브라질월드컵에서도 울었고, 2년 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8강전 패배 후에도 울었다. 토트넘 일원으로 나선 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파이널에서도 리버풀(잉글랜드)에 무너진 뒤 또 울었다.

맨시티와 일전을 앞두고 “결승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고 결의를 다진 손흥민은 쓰라린 90분 승부를 마친 뒤 일체의 인터뷰를 거절했다. 번번이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던 손흥민의 행보에 스포트라이트가 향하는 이유다.

모두가 2023년 6월까지 맺은 그의 계약연장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올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재계약이 유력해 보였으나 어느 순간 조용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구단이 논의를 미뤘다는 이야기부터 타 클럽들의 접촉 상황을 먼저 살피기 위해 손흥민 측이 대화를 중단했다는 소문 등 ‘설’만 무성하다.

다만 손흥민의 높은 야망을 토트넘이 채워주는 어려워 보인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렇다고 행선지가 폭넓게 열린 것은 아니다. 시장가치 8500만 유로(약 1145억 원·추정)의 손흥민을 영입할 만한 재력을 갖춘 팀은 손에 꼽을 만큼 적다. 유벤투스(이탈리아), 바이에른 뮌헨(독일) 정도다. 그렇다 보니 언론들의 예상도 분분하다. 남느냐, 떠나느냐 기로에 선 손흥민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 선택의 순간이 정말로 머지않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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