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두산 필승맨’ 이승진의 간절함과 야구생각, 그리고 올림픽

입력 2021-04-26 19: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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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승진이 잠실구장에서 스포츠동아와 인터뷰를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이승진(26)은 2021시즌 두산 베어스 불펜의 핵심이다. 팀 내 최다 10경기에 등판한 것 자체만으로도 그의 위상을 엿볼 수 있다. 알을 깨트리고 나온 2020시즌과 비교해 한뼘 더 성장한 모습으로 팀의 허리를 지탱하고 있다. 팀 불펜 평균자책점(ERA) 1위(3.57)의 두산 계투진을 이끄는 이승진은 10경기에서 1패6홀드, ERA 2.31(11.2이닝 3자책점), 이닝당 출루허용(WHIP) 0.94, 피안타율 0.214로 안정감을 뽐냈다. 또 승계주자 7명 중 1명만을 홈에 들여보냈고, 볼넷 허용도 2개뿐이다.

지난해 146.5㎞였던 직구 평균구속이 올해 148㎞까지 올랐고, 슬라이더와 스플리터, 커브 등의 변화구의 완성도도 상당하다.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울산 2차 스프링캠프와 연습경기 때 밸런스가 무너지며 마음고생을 했지만, 피나는 노력으로 다시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그 결과는 달콤했다.

“이천(1차 캠프)에선 밸런스가 정말 좋았다. ‘이대로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울산 2차 캠프와 창원 연습경기 때 갑자기 무너져서 고민이 많았다. 다행히 지난해 좋았을 때 영상을 꾸준히 보며 비교 분석하고 수정하며 괜찮아졌다. 나만의 루틴을 재정립하고 개막을 준비할 수 있었다.”

두산 이승진. 스포츠동아DB


주력 투수라는 부담감? 내가 할 일만 한다

지난해 5월 이흥련(SSG 랜더스)이 포함된 트레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을 때만 해도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승진을 미래의 자원으로 점찍고 육성하려 했다. 그러나 트레이드 첫해부터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1군 33경기(2승4패5홀드·ERA 5.61)에 나서 존재감을 뽐냈다. 준플레이오프(준PO)와 PO(이상 2경기), 한국시리즈(5경기)까지 포스트시즌(PS) 총 9경기에 등판하며 큰 경기 경험까지 추가했다. 입지가 달라진 만큼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커졌을 터. 그러나 이승진은 “책임감은 어떤 위치에서든 똑같다. 점수를 주면 안 된다는 마음가짐은 당연하다. 책임감도 중요하지만, 마운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만 생각하려 한다”고 말했다.

두산 이승진. 스포츠동아DB


돌아가고 싶지 않은 간절함

이승진은 “잘하지 못했던 시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말을 반복했다. 인고의 세월을 겪었기에 더 단단해졌고, 그만큼 야구에 대한 집착도 강해졌다. “취미생활을 하면서도 야구를 생각한다”는 말에 큰 울림이 있었다. “두산에 처음 왔을 때를 떠올리면 기분이 묘해진다. ‘내가 어떻게 지금처럼 던지고 있을까’ 싶다. 두 번 다신 못하던 시기로 돌아가고 싶지가 않다는 생각이 강하다. 잘될 때든 아니든 늘 좋았을 때의 모습을 보려고 노력한다. 지난해 좋은 경험을 한 것이 오히려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계기가 됐다. 손으로는 게임을 하면서도 머리로는 야구를 생각한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은 더하다. 좋지 않았던 시절로 돌아가는 게 싫다.”

“도쿄올림픽? 큰 동기부여”

올해로 연기된 2020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의 예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것도 엄청난 경사다.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의미여서다. 지금의 활약을 이어가면, 최종 엔트리 승선도 노려볼 수 있다. 그는 “작년만 해도 그런 명단에 들어간다는 생각 자체를 못 했다. (소식을 듣고) 뿌듯하면서도 ‘혹시, 설마, 잘하면 나도 엔트리에 들어가는 영광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했다. 더 잘하고 싶고 동기부여도 커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말 마디마디에 진심이 느껴졌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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