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양현종은 27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2021 ML LA 에인절스전에 팀 2번째 투수로 등판해 4.1이닝 5안타(1홈런) 1삼진 2실점 투구를 했다. 66개의 공을 던지면서 사사구는 한 개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깜짝 데뷔전이었다. 양현종은 개막 후 꾸준히 ML 콜업 대기조인 ‘택시 스쿼드’에 이름을 올렸지만, 마지막 한 단계를 넘지 못해 빅 리그 데뷔전이 미뤄지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텍사스 투수진이 부진을 거듭하며 위기에 빠지자 응급 소방수 역할을 맡게 됐다.
텍사스는 아리하라 고헤이가 지난 26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2이닝 5실점으로 조기강판 돼 불펜 소모가 많았다. 여기에 카일 코디까지 어깨 염증으로 부상자 명단(IL)에 올라 긴 이닝을 던져줄 투수가 필요했다.
텍사스는 27일 양현종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외야수 레오디 타베라스를 대체 훈련지로 보내고, 10일 IL에 있던 로날드 구즈만을 60일 IL로 이동시켰다. ML 공식 사이트인 MLB닷컴은 27일 에인절스전을 앞두고 “양현종이 텍사스 유니폼을 입고 이날 경기에서 메이저리그 데뷔를 기다린다”고 보도했다.
스프링캠프에서 68번을 달았던 양현종은 36번으로 등번호를 바꿔 불펜에서 대기했다. 그리고 곧바로 데뷔전을 치렀다. 텍사스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은 27일 선발투수인 조던 라일스가 2.2이닝 7실점으로 크게 흔들리자 곧바로 양현종 카드를 꺼내들었다.
양현종은 팀이 4-7로 뒤진 3회초 2사 2·3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에인절스 4번타자 앤서니 렌던을 상대로 내야 플라이를 유도해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5회초와 6회초에는 연달아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해 안정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6회초에도 마운드에 오른 양현종은 오타니 쇼헤이와 마이크 트라웃에에게 연달아 내야안타를 허용해 1사 1·2루 위기에 놓였다. 후속타자 자레드 월시에게 중견수 키를 넘기는 적시타를 맞아 첫 실점했다. 그러나 이후 두 타자를 연달아 막아 대량실점은 하지 않았다.
양현종은 7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라 이닝 이터 능력을 선보였으나 선두타자 호세 이글레시아스에게 솔로포를 맞았다. 후속타자 커트 스즈키에게도 안타를 맞았지만,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7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텍사스가 최종 4-9로 패해 빛이 바랬지만, 양현종은 ML 데뷔전에서 분명 인상적인 모습을 남겼다. 경기 후 우드워드 감독도 “양현종이 좋은 제구력을 보였고, 모든 구종을 다 던졌다. 매우 효과적으로 투구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양현종은 경기 후 화상인터뷰에서 “상대가 누구든 내 공을 던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팬도, 구단도 좋아해주고 믿어줄 것 같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오늘 내가 어떤 선수인지 보여주고 싶었다. 안타를 많이 맞았지만, 첫 등판치고 너무 재미있게 잘 던지고 내려왔다”고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