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데스파이네. 스포츠동아DB

KT 데스파이네. 스포츠동아DB


2021시즌에도 KT 위즈 에이스는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34)다. 9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 7회를 포함 4승3패, 평균자책점(ERA) 1.84의 성적도 훌륭하지만, 팀 최다인 경기당 5.96이닝(총 53.2이닝)을 소화하며 계투진의 부담을 줄여준 부분이 더 주목 받는다. 200이닝 이상(총 207.2이닝)을 소화했던 2020시즌의 기록을 넘어설 수 있는 페이스다. 시속 150㎞대의 직구에 투심패스트볼,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의 5개 구종을 골고루 섞어 던질 수 있다 보니 상대 타자의 노림수를 빼앗기도 수월하다.

지도자들은 승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선발투수의 덕목으로 꼽는다. 4일 또는 5일 휴식 후 마운드에 오르는 만큼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불펜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초반 실점을 억제하며 팽팽한 흐름을 유지하는 것도 포함된다.

데스파이네는 이 같은 요소들을 하나하나 신경 쓰며 팀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 초반 대량 실점에도 불구하고 “100구 이상을 채우고 내려가겠다”고 한 것도 이미 지나간 일은 잊고 최소한의 임무는 마쳐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었다. KBO리그 첫해부터 15승(8패)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이다.

올해는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에이스로서 제 몫을 100% 해냈다. 4이닝(4실점 1자책점) 만에 교체된 8일 수원 NC 다이노스전과 5.2이닝 3실점 2자책점을 기록한 4월 17일 수원 키움 히어로즈전을 제외한 전 경기에서 QS를 달성했다. 3패를 모두 QS를 작성한 경기에서 떠안은 탓에 아쉬움이 클 법도 하지만, 그것 또한 에이스의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강철 KT 감독은 “데스파이네는 어떻게든 6회까지는 간다”며 “초반에 투구수가 다소 많아도 실점을 최소화하려는 부분은 굉장히 잘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어 “컨디션의 오르내림이 있을 때, 하나의 패턴을 고집하기보다 변화를 준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거듭해서 데스파이네의 ‘팀 퍼스트’ 정신을 후하게 평가했다.

수원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