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최다승 3위 레전드도 쉽지 않은 천재…“강백호, 그냥 1루 보내야죠”

입력 2021-06-03 14: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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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강백호. 스포츠동아DB

데뷔 첫해에는 홈런으로 모두를 놀라게 하던 약관의 소년이 이제 정교함까지 갖췄다. 리그 유일의 4할 타자. ‘타신(타격의 신)’이라는 별명이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강백호(22·KT 위즈)는 올 시즌 또 한 걸음 진화했다.

강백호는 2일까지 47경기에서 타율 0.419, 7홈런, 4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104를 기록했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타율 4할을 넘겼다. 2위 호세 피렐라(삼성 라이온즈)의 타율은 0.351로, 강백호와 6푼 이상 차이가 난다. 압도적 타격 페이스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여러모로 중요한 시즌이었다. 지난해까지 KT의 공격을 주도했던 최우수선수(MVP) 출신 멜 로하스 주니어(한신 타이거즈)가 일본프로야구로 떠났기 때문에 부담이 커졌다. KT 코칭스태프는 물론 강백호 스스로도 진화의 필요성을 느꼈다.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콘택트 위주의 간결한 스윙 메커니즘을 장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본적으로 손목은 물론 몸통 힘까지 타고난 만큼 일단 살아나가는 스윙만으로도 중장거리 타구를 생산할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콘택트 위주로 쳐야겠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모두가 그 결과를 만들진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강백호의 천재성이 빛나는 것이다. 강백호의 올 시즌 콘택트 비율은 80.1%다. 특히 볼카운트 2S 이후에는 커트 비율이 81.9%까지 올라간다. 두 지표 모두 80%를 넘긴 것은 데뷔 후 처음이다. 자신이 목표한 바를 그대로 이뤄내고 있다는 의미다.

이강철 감독으로선 흐뭇할 수밖에 없다. 이 감독은 ‘투수로서 강백호를 상대하면 어떨 것 같은지’라는 질문에 “그냥 1루로 보낼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 감독은 “지금 컨디션에 정면승부를 한다면 확률이 떨어진다. 2S 이후 콘택트하는 모습은 내가 봐도 대단하다. 집중력을 더 발휘하고 있다. 홈런보다 더 값진 모습”이라고 감탄했다.

이 감독은 현역 시절 602경기에서 152승112패53세이브33홀드, 평균자책점 3.29를 기록한 ‘레전드’다. 아직까지도 전무후무한 10년 연속 10승에 역대 다승 3위에 올라있는 전설의 눈에도 강백호는 여간 까다로운 존재가 아닌가 보다.

최근 KT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벤치에서 강백호의 타석을 지켜보며 “타신”이라고 부른다. 장타와 콘택트 모두 되는 천재형 타자. 강백호가 진짜 무서운 이유는, 지금의 진화가 완성 단계가 아닌 과정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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