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후원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투르크메니스탄과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투르크메니스탄의 수비를 피해 드리블 돌파를 하고 있다. 고양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5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4차전에서 투르크메니스탄을 5-0으로 격파하며 3승1무, 승점 10으로 조 선두를 유지했다. 같은 날 스리랑카를 3-2로 누른 2위 레바논과는 승점 동률이지만 득실차(한국 +15, 레바논 +5)에서 크게 앞섰다. 한국은 9일 스리랑카, 13일 레바논(이상 고양)과 2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톱니처럼 맞물려 움직인 팀 전체가 일군 대승에서 A대표팀 에이스들의 농익은 퍼포먼스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투르크메니스탄 골키퍼가 눈부신 선방 쇼를 펼쳤음에도 전혀 흔들림 없이 대승에 앞장섰다.
이날 개인통산 90번째 A매치를 치른 손흥민은 공격 포인트 없이도 대단한 활약상을 보여줬다. 혹독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도운 탄탄한 기본기와 위협적인 몸놀림, 날카로운 킥으로 ‘월드 클래스’의 진가를 입증했다.
득점과 어시스트를 올리진 못했으나, 손흥민은 주요 득점 상황에서 그 중심에 섰다. 2-0으로 앞선 후반 12분 날카로운 코너킥으로 김영권(감바 오사카)의 쐐기포를 엮었고, 7분 뒤에는 과감한 프리킥으로 권창훈(수원 삼성)의 리바운드 득점을 유도했다.
후반 28분 황의조의 5번째 골의 시발점도 손흥민이었다. 상대 지역 왼쪽 측면에서 절묘한 트래핑으로 수비 2명의 배후에 볼을 옮긴 뒤 침투하던 권창훈에게 밀어줘 황의조의 득점을 어시스트할 수 있도록 했다.
벤투 감독은 경기 후 “팀 경기력이 살아나면 선수 개개인의 활약도 돋보인다. (공격을 지휘한) 손흥민의 플레이도 상당히 좋았다. 공격뿐 아니라 볼을 빼앗긴 순간 상대 역습에 대비하는 모습이 괜찮았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5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후원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투르크메니스탄과의 경기에서 황의조가 전반전에 선제골을 성공시킨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고양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프랑스 리그앙(1부)에서 성공적 시즌을 마친 황의조는 전반 11분 선제골에 이어 후반 28분 멀티골을 완성하며 벤투 감독과 축구팬들에게 큰 기쁨을 선물했다. 벌써 A매치 3경기 연속골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한창인 지난해 11월 오스트리아에서 펼쳐진 멕시코, 카타르와 평가전 시리즈에서 각각 1골씩 뽑았던 그는 투르크메니스탄을 맞아서도 2골을 챙겼다. 월드컵 2차 예선에서 처음 득점포를 가동해 의미를 더했다.
그러나 황의조는 만족스러워 하지 않았다. “더 많은 득점을 했어야 했다. 찬스를 많이 놓쳤으니 스스로 70점밖에 줄 수 없다”며 “이 경기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어느 때보다 높은 집중력으로 대비했다. 경기력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콤비의 활약상은 해외에서도 주목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손흥민이 이끄는 한국이 월드컵 예선에서 일방적 경기를 했다. 황의조의 마지막 골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노련미를 갖춘 손흥민의 빌드업이 한국의 완벽한 퍼포먼스를 완성시켰다”고 극찬했다.
토트넘도 구단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주장으로 풀타임을 소화한 손흥민이 한국의 승리를 장식했다”며 반겼고, 프랑스 유력 매체 레퀴프는 “황의조가 헤더, 힐킥으로 2골을 만들었다”며 한국의 대승 소식을 전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