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떠난 별, ‘유비’ 유상철이 반짝거린 감동의 그 때

입력 2021-06-08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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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오랜 투병 끝에 7일 세상을 떠난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은 한국축구에 수많은 감동을 안겼다. 등번호 6번이 선명한 붉은 유니폼을 입고 초록 그라운드를 누빈 그에게 모두가 환호했고, 아낌없는 사랑을 보냈다. 아시안게임(AG)과 아시안컵, 올림픽, 월드컵까지 거침없이 활약한 ‘유비’가 빛난 순간들을 되돌아봤다.


●1994히로시마AG 한·일전


아나톨리 비쇼베츠 감독(러시아)이 이끈 한국은 조별리그를 2승1패로 통과했다. 1994년 10월 11일 열린 8강전 상대는 ‘숙적’ 일본. 상황은 좋지 않았다. 전반 30분 미우라에게 먼저 실점했다. 위기에서 유상철이 번뜩였다. 후반 6분 동점골을 뽑아 3-2 역전승의 발판을 놓았다. 한국은 우즈베키스탄과 4강전에서 0-1로 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으나, A매치 첫 골을 신고한 젊은 미드필더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1996시즌 K리그 챔피언결정전



1996년 11월 16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K리그 챔프 2차전. 전기리그 챔피언 자격으로 우승 관문에 올라선 울산은 일주일 전 홈 1차전에서 후기리그 우승팀 수원 삼성에 0-1로 패했다. 그러나 유상철은 포기하지 않았다. 1-1로 맞선 후반 16분 중거리포를 수원 골문에 꽂았다. 사기가 오른 울산은 후반 막판 쐐기골을 더해 3-1로 이겼다. 울산의 K리그 첫 정상 등극이었다.

동아일보DB



●1998프랑스월드컵 벨기에전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2연패를 당했다. 졸전 끝에 16강행이 좌절되자, 대한축구협회는 차범근 감독을 중도 경질했다. 그해 6월 25일 파리의 파크 드 프랑스에서 펼쳐진 벨기에와 조별리그 최종전에 임한 대표팀의 분위기는 침통했고, 전반 7분 선제골마저 내줬다. 유상철은 3전패가 목전에 다가온 후반 27분의 작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하석주의 왼쪽 프리킥을 문전 쇄도한 그가 미끄러지듯 발을 갖다대 동점을 만들었다. 최종 스코어 1-1. 유럽 강호와 대등하게 싸운 한국은 아픔 속에서 희망을 찾았다.


●2002한·일월드컵 폴란드전



2002년 6월 4일 부산아시아드경기장. 거스 히딩크 감독(네덜란드)이 이끌던 한국의 역사적인 안방 월드컵 첫 경기가 시작됐다. 상대는 세계적 공격수 올리사데베를 보유한 폴란드. 초반 상대의 거센 공세에 주춤한던 한국은 전반 26분 황선홍의 골로 리드를 잡았다. 그래도 불안했다. 확실한 승리를 위해선 추가골이 절실했고, 후반 7분 유상철의 과감한 중거리포가 터졌다. 당대 최고 골키퍼인 두덱이 몸을 날렸지만 손끝을 맞고 골문을 갈랐다. 대한민국의 위대한 4강 신화가 잉태된 날이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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