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국생명 이재영(왼쪽)-이다영. 스포프동아DB
6월 22일 KOVO 이사회에서 흥국생명 김여일 단장이 “구단의 권리보호를 위해 자매의 선수등록을 하겠다”고 발언한 뒤부터 불씨가 되살아난 듯했다. 언론이 앞 다퉈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이한 움직임도 보였다. 배구 관련 커뮤니티에선 몇몇이 주동이 돼 모금을 했다. 흥국생명과 KOVO를 대상으로 시위용 트럭을 운영하기 위해서였다. 이다영이 개인훈련을 하던 모교와 경남교육청에도 항의와 민원전화를 넣어 학교와 장학사를 난처하게 만든 사람들도 있었다. 최초 폭로 이후 연락을 끊었던 피해자들은 방송에 출연했다.

흥국생명 이다영(왼쪽)-이재영. 스포츠동아DB
이런 상황이 KOVO 역시 난감한데, 중심을 잡아야 할 흥국생명은 갈팡질팡했다. “선수등록과 출장은 다른 것이다. 구단이 행사하는 권리”라던 당초의 방침은 점차 여론에 밀렸다. 결국 흥국생명은 선수등록 마감을 하루 앞둔 29일 오전 자매 측에 “여론이 좋지 않아 선수등록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에 앞서 선수등록에 필요한 서류를 보내달라던 구단이었기에 자매는 이런 결말을 예상하지 못했다.
30일 마감된 KOVO의 2021~2022시즌 흥국생명 등록선수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이재영-다영 자매는 자유신분이 됐다. 단순한 행정절차지만, 지금부터 많은 일들이 벌어질 것을 예고하는 시발점이기도 하다. 그동안 소속선수로서 구단의 허락이 없는 인터뷰를 피해왔던 자매는 학교폭력 폭로와 관련한 자신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이를 계기로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과거사의 실체가 드러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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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래전의 일이다. 서로의 기억과 주장이 달라서 누구의 말이 옳은지 쉽게 판단이 서지 않을 가능성 또한 높다. 이 경우 최종적으로는 법의 판단이 중요한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또 법적 기준과 대중의 감정에는 차이가 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의 주장과 폭로전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고, 뜻밖의 인물이 치명적 유탄을 맞을 수도 있다. 이번 사안을 심도 깊게 바라보는 사람들과 배구인들은 이 부분을 가장 두려워한다.
흥국생명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이제 KOVO와 흥국생명이라는 울타리와 인연이 끊어진 자매는 자연인이 됐다. 당분간은 이들에게 선뜻 손을 내밀진 않겠지만, 여론의 흐름이 달라지면 이들을 탐내는 구단이 나올 수도 있다. KOVO 규정에 따르면 자유신분의 선수는 다음 시즌 3라운드 마지막 날까지 어느 구단과도 계약할 수 있다. 흥국생명은 중국리그로 떠난 김연경까지 포함해 3명의 주축선수가 한꺼번에 빠졌다. 새 시즌 행보가 걱정스럽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