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명반] ‘신부를 위한 헌정곡 같은 사랑의 고백’ 이지훈의 Timeless

입력 2021-07-05 19:43: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 이 코너는 최근 출시된 음반, 앨범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코너의 타이틀 ‘나명반’은 ‘나중에 명반이 될 음반’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기억할게 아름다운 너를 / 지금 이 순간 빛나는 너를”

마치 절벽에서 뚝 떨어지듯, 노래는 속절없이 끝나고 만다.

‘아 … 끝인가’ 싶은 순간 귀에 익숙해져버린 피아노의 나직한 코드가 들려온다. 다시 처음이다.

사실은 앨범의 두 번째 트랙인 inst(연주곡)로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첫 트랙의 끝과 두 번째 트랙의 시작이 마치 연출된 것처럼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막혔던 숨이, ‘하아’ 하고 터져 나오는 것 같다.

가수 겸 뮤지컬배우 이지훈의 신곡 ‘timeless(타임리스)’는 마치 14세 연하의 일본인 신부에게 바치는 헌정곡처럼 들린다.

‘영원한’, ‘끝없는’의 단어 타임리스의 겉에는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이란 의미가 발려져 있다.

시간이 흘러도 결코 변하지 않겠다는 남자의 고백이 담담하면서도 단단하다. 그 고백이 단단한 이유는 사랑이 대상에게만 묶여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지훈은 “너의 손을 잡고 있어 / 늘 함께 하는 건 / 내가 나를 놓지 않기 위해서”라고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남자가 잡은 것은 연인의 손이자 자기 자신이다.

오랜만에 들을 수 있는 이지훈의 미성. 뮤지컬 무대에 서며 목소리에 파워를 가득 실었던 이지훈이지만 이 곡에서만큼은 힘을 덜고 대신 그 자리에 진심을 얹었다. 담담하면서도 단단하다.

듣다보면 이 곡이 가진 라임이 귀에 쑥 들어온다. 이 라임은 고조되는 부분에서 작용하는데 “거친 파도 같은 나라도”, “깊은 상처뿐인 못난 나라도”, “세상이 버린 나라도”가 그렇다.

그런데 이 ‘나라도’는 마지막에 가서 ‘너라도’로 변형된다. “거친 파도 같은 나라도”는 “아름다운 빛을 잃은 너라도”로, “깊은 상처뿐인 나라도”는 “처음을 잊은 너라도”로, “세상이 버린 나라도”는 “모든 게 변한 너라도”로 바뀌고 있다.

결국 ‘나’는 ‘너’와 대치되지만 이는 거울에 반전되어 비친 ‘나’일 뿐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