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전10기’ 메시, 메이저대회 무관의 한 풀다

입력 2021-07-11 15: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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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일제히 리오넬 메시(34)에게 달려갔다. 메시는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은 채 조용히 두 손을 모았다. 이어 동료들과 함께 얼싸안고 환호하며 승리를 자축했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가 마침내 메이저대회 무관의 한을 풀었다.

아르헨티나는 11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열린 2021 코파아메리카(남미축구선수권) 결승에서 전반 22분 앙헬 디마리아의 기습적인 결승골에 힘입어 전통의 라이벌 브라질을 1-0으로 눌렀다. ‘남미 월드컵’으로 불리는 이 대회에서 아르헨티나는 1993년 우승 이후 무려 28년 만이자 통산 15번째 정상에 올라 우루과이와 함께 이 대회 최다 우승국이 됐다.

메시는 이날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풀타임을 뛰며 아르헨티나의 우승 순간을 함께 했다. 특히 메시에겐 이번 우승이 특별했다. 바로 메이저대회 첫 우승이기 때문이다.

메시는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당대 최고의 축구스타다. 2004~2005시즌 1군 데뷔 이래 스페인 명문 클럽 바르셀로나에서만 17시즌을 뛰며 정규리그인 프리메라리가에서 10회, 국왕컵(코파 델 레이) 7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4회,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3회 등 수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한 해 동안 최고의 활약을 펼친 축구선수에게 주는 발롱도르도 6차례나 수상하는 등 지난 10여 년간 세계 축구계를 지배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하지만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는 얘기가 달랐다.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메시는 참가선수의 연령제한이 있는 2005년 FIFA 20세 이하(U-20)월드컵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만 우승을 경험했을 뿐이다.

2005년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메시는 지난해까지 4차례의 월드컵과 5차례의 코파아메리카 등 A대표팀이 출전하는 메이저 국가대항전에 총 9차례 나섰지만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특히 기대를 모았던 2014 브라질월드컵에선 결승에서 독일에 0-1로 패하며 눈물을 삼켰다. 코파아메리카에서도 3차례나 결승 무대를 밟았으나 모두 무릎을 꿇었다. 2016년 칠레와 대회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실축했던 메시는 아르헨티나의 우승이 좌절되자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은퇴를 만류한 끝에 메시는 결국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을 앞두고 대표팀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메시의 복귀 이후에도 아르헨티나는 러시아월드컵에서 16강에서 탈락했고, 2019 코파아메리카에서 3위에 머무는 등 여전히 메이저대회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결국 메시는 자신의 6번째 출전인 이번 2021 코파아메리카에서 ‘무관의 제왕’이라는 꼬리표를 뗐다. 10번째 메이저대회이자 53번째 경기(월드컵 19경기·코파 아메리카 34경기)만에 거둔 첫 우승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우승뿐이 아니다. 메시는 이번 대회 4골·5도움을 기록하며 득점과 도움에서도 모두 1위에 올랐고, 대회 최우수선수(MVP)에도 선정됐다.

반면, 브라질의 네이마르는 이번에도 눈물을 흘렸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바르셀로나에서 메시와 함께 호흡을 맞췄던 네이마르도 월드컵과 코파아메리카 등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었다. 브라질이 2019 코파아메리카에서 우승했을 때 네이마르는 발목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2골·3도움을 기록하며 브라질을 결승까지 이끌었으나 끝내 웃지 못했다. 이날 브라질은 점유율 59-41, 슈팅수 13-6 등 각종 지표에서 아르헨티나에 앞섰지만 마무리가 부족했다. 메시와 네이마르는 경기 후 뜨거운 포옹을 하며 축하와 격려를 주고받았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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