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한옥여행…숨은 이야기 알면 더 재밌다

입력 2021-07-1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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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한옥 보도여행 명소

최순우 옛집, 정갈한 用자 창살 매력
심우장, 만해 친필원고·유품 등 전시
문인들 사랑방 수연산방서 차 한잔
27개 각종 국수집 모인 누들거리도
이름처럼 한양도성의 북쪽에 자리한 성북구는 도심을 느긋하게 거니는 도보여행에 최적화된 곳이다. 강남처럼 화려한 고층 빌딩숲은 없지만 대신 우리 근대사와 문학에 깊은 족적을 남긴 이들이 살던 한옥이 잘 보전되어 있다. 서울관광재단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한나절 도심 언택트 도보여행에 좋은 성북구 명소를 추천했다.

최순우옛집 안채에서 자원활동가가 관람객에게 최순우의 생애와 옛집에 관해 해설해 주고 있다.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시민이 지킨 문화유산, 최순우옛집

미술사학자이자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혜곡 최순우가 말년을 보낸 근대한옥이다. 한때 헐릴 뻔했지만 이화여대 교수였던 김홍남이 시민 후원금을 모아 샀다. 시민이 지켜낸 ‘내셔널트러스트 시민문화유산’ 1호다.

이 집에서 눈여겨 볼 곳은 안채의 ‘용(用)’자 창살이다. 혜곡은 창살의 비례가 아름답고 정갈하다며 극찬을 했다. 평소 김홍도의 글자를 좋아했던 혜곡은 사랑방 용자창살문 위에 김홍도의 글자를 집자해 쓴 편액을 걸었다.(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5번 출구 도보 10분)

심우장의 전시실 모습. 오른쪽이 대청이다.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만해의 자취가 고스란히, 심우장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만해 한용운이 1933년 성북동 골짜기에 지은 집이다. 만해는 조선총독부를 마주하기 싫어 남향집을 거부하고 산비탈 북향 터에 집을 지었다. 구조는 온돌방, 대청, 부엌 등 매우 단출하다. 만해의 친필원고, 유품, 연구 논문집, 서화, 초상화, 공판기록 등을 전시하고 있다.

서재였던 온돌방에 걸린 심우장(尋牛莊)이란 현판은 함께 독립운동을 한 서예가 오세창의 글씨다.(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 성북03번 버스, 슈퍼 앞 하차)

지금은 찻집으로 운영중인 수연산방의 여름철 인기 메뉴인 단호박 빙수.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문인들 사랑방, 수연산방(이태준가옥)

우리나라 단편소설의 선구자라 불리는 상허 이태준은 성북동 집을 ‘수연산방’이라 이름 짓고 1933년부터 1946년까지 살았다. ‘여러 사람이 모여 산속의 집에서 책 읽고 공부한다’는 뜻이다. 이름처럼 당시 문인들의 사랑방 구실을 했다. 상허는 김기림, 정지용, 이효석, 박태원, 김유영 등과 구인회를 조직해 시와 문학을 논했다.

1998년부터 찻집으로 운영 중이다. 사랑채와 안채를 한 건물에 배치한 1900년대 개량한옥인데 앞뜰 풍경을 액자 속 그림처럼 감상할 수 있는 누마루가 명당이다. 맞은편에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지역 맛집 쌍다리돼지불백 식당이 있다.(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 성북03번 버스, 쌍다리 하차)

길상사는 도심에 지어졌어도 전각들이 숲에 둘러싸여 있어 산 속 사찰 같은 분위기를 띤다.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마리아상을 닮은 관음보살상, 길상사
경내에 들어서면 주택가에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 숲 속 고즈넉한 정취가 일품이다. 원래 최고급 요정 대원각이었으나 주인 김영한이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감동해 당시 시가 1000억이 넘는 대지와 건물 모두를 절 짓는데 시주했다.

설법전 앞의 관음보살상이 천주교의 마리아상을 떠올리게 하는데, 법정스님이 종교 간 화합을 염원하는 마음에서 천주교 신자인 조각가 최종태에게 의뢰해 봉안했다. 근처 한국가구박물관, 우리옛돌박물관을 함께 돌아보면 좋다.(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 성북02번 버스, 길상사 하차)

성북동 누들거리의 원조격인 국시집의 손칼국수. 면을 삶아 건진 후 육수에 담아내는 경상도 건진국수 스타일의 칼국수다.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도보여행 식도락 명소, 누들거리

한성대입구역에서 수연산방에 이르는 길에는 27개의 각종 국수집이 모여 있다. 5번 출구 나폴레옹제과점 뒤편 골목의 국시집이 성북동 칼국수의 원조로 알려졌다. 2대째 영업 중인데 한우 사태와 양지로 끓인 육수와 손으로 반죽한 경상도식 건진국수가 특징이다. 6번 출구 쪽에는 멸치국수로 소문난 구포국수가 있다. 이밖에 성북동칼국수, 손가네곰국수, 하단, 올레국수, 우리밀칼국수 등이 있다.

소문난 빵집도 많다. 한국 제과의 사관학교로 불렸던 나폴레옹과자점을 비롯해 산딸기 프레첼이 유명한 샤뽀블랑, 천연발효종의 오보록, 식사 빵을 파는 밀곳간 등이다. 심우장 위쪽의 성북동빵공장은 숲이 보이는 테라스에서 빵과 커피를 즐길 수 있는 핫플레이스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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