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 파행, 말산업·농축산업 발목까지 잡다

입력 2021-07-1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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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경마산업비대위가 13일 세종시에 위치한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온라인 마권발매 입법 촉구’를 위한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l 한국마사회

수도권 4단계 격상이 가져온 피해

무고객 경마는 매출 전혀 없어
온라인 발매 법적 금지된 상태
발전기금 손실 농축산업 위기로
한때 부풀었던 경주 재개의 기대가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위기 속에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면서 차갑게 식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7월 현재까지 서울 경마공원에는 관중이 한 명도 입장하지 않았다.

한국마사회는 현재 기수, 조교사의 생계를 보장하고 경주마 수요를 촉진하기 위해 ‘무고객 경마’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발매가 법적으로 금지된 상태에서 무고객 경마는 마권 판매로 인한 매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경마 매출의 손실은 국세, 지방세, 축산발전기금의 손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지방세와 국세도 줄줄이 타격

일반적으로 전체 마권매출의 73%는 고객에게 배당금 등으로 환급된다. 그리고 18%가 레저세, 지방교육세, 농어촌특별세, 축산발전기금으로 납부된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에는 경마에서 창출된 국세, 지방세, 축산발전기금 납부액은 1조5000억 원이었다. 지방세인 레저세, 지방교육세는 경마장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한 재원이 되었고, 국세인 농어촌특별세와 축산발전기금은 말산업을 비롯한 농축산업을 지원하는데 쓰였다.

특히 한국마사회는 그동안 이익금의 70%를 축산발전기금에 납부해 왔다. 축산발전기금은 1974년부터 2020년까지 총 10조1578억 원이 조성됐다. 이 중 한국마사회 납입금이 30.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축산발전기금은 신종 인수공통감염병이 주기적으로 창궐하고 수입 축산물이 밀려들어오는 상황에서 우리 축산물과 축산농민을 보호하는 방패 역할을 한다. 또한 안정적인 축산물 수급을 관리하고 축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사용된다. 국민에게 깨끗하고 안전한 축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추진 중인 친환경축산환경 조성사업에도 축산발전기금이 쓰인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조류독감 발병으로 힘들었던 지난해에는 가축방역사업에 기금예산을 증액하여 집행하기도 했다. 이렇게 축산발전기금이 사용될 곳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데, 경마 매출이 사실상 전무한 올해 한국마사회는 축산발전기금을 전혀 출연하지 못했다.

요즘 축산관련단체협의회를 비롯한 말산업 관련 단체들이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하고 온라인 마권발매 도입을 촉구하는 데는 이러한 답답한 처지가 맞물려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인해 다시 한치 앞을 예상하기 힘든 상황으로 전개되면서 경마의 정상 시행은 언제가 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마 운영이 파행을 거듭하면서 그로 인한 국내 말산업 붕괴와 축산업 침체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같은 합법사행산업인 경륜, 경정과 상황을 비교하면 경마 관계자와 축산경마비대위 등 관련산업의 박탈감은 더 깊어진다. 경륜, 경정도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매출이 2019년 대비 86% 감소했다. 경륜 경정의 매출을 통해 조성하던 국민체육진흥기금, 문화예술진흥기금, 청소년육성기금 등의 기금도 덩달아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5월 온라인 발매제도 도입을 위한 경륜·경정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8월 6일부터 온라인 발매 시행을 앞두고 있다. 온라인 발매를 통해 경륜·경정은 국민체육기금 등 공공재정을 원활히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

온라인 발매에 대한 전향적 움직임이 전혀 없는 경마와는 사뭇 크게 대조되는 모습이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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