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근해에서 잡힌 200kg 참치를 선보이며 활짝 웃고 있는 장공순 회장.
‘수산유통의 전설’ 장공순 회장 경영 복귀
60년간 수산물 유통 힘쓴 전설
회사 법인 사회 환원 위해 복귀
준법경영 통해 믿음·신뢰 강조
수산물 시장의 전설이 돌아왔다. 일선에서 물러났던 장공순 유진수산 회장의 경영 복귀 소식에 수산물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60년간 수산물 유통 힘쓴 전설
회사 법인 사회 환원 위해 복귀
준법경영 통해 믿음·신뢰 강조
장 회장은 국내 참치시장을 개척하고, 연어를 본격적으로 대중화한 인물이다. 맨땅에서 시작해 유진수산을 과거 정치인들이 드나들던 고급 요정부터 외국인들이 찾는 호텔, 까다로운 마트에까지 수산물을 납품하는 유통업체로 성장시켰다. 동시에 독자적 브랜드와 대규모 일식당까지 사업을 펼쳤다.
한동안 아들들에게 회사의 각 부분을 떼어 관리하게 하고 멘토로서 조언만 하던 그가 다시 회사 전면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경영 복귀만으로도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장공순 회장에게 복귀를 결심한 배경과 향후 계획을 물었다.
전성기와 같은 도전정신으로
- 한동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셨다가 최근 복귀를 결심하신 배경은 무엇인가요.
“아들에게 맡기고 지켜봤습니다. 앞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관여는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코로나19가 터진 뒤에 상황이 정말 어려워져서 다시 직접 해야겠다고 생각을 한 거죠.”
- 유진수산을 수산물 유통계의 거인으로 키워내신 비결이 궁금합니다.
“제가 수산물 유통을 60년 정도 했습니다. 국내에 참치를 처음 들여와 시장을 개발한 것도 제가 한 일이고요. 그렇게 꾸준히 공부하고 새로운 시장에 도전한 것이 주효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수산물을 취급하기 시작하던 때에는 이 일을 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그때 일본에 가서 공부한 걸 우리나라 시장에 접목했습니다. 고급 수산물을 삼청각, 청운각 등 유명 요정에 납품하고 롯데호텔, 신라호텔, 힐튼호텔 같은 고급 호텔에 넣었어요. 호텔 수산물들 대부분이 제가 개발해서 납품하기 시작한 것들이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을 맞이하려고 제게 요청을 많이 했죠.”
매장에 전시된 참다랑어와 노르웨이산 생연어 등 싱싱한 수산물들.
-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시장을 개척한 결과였군요.
“국내 훈제연어 시장도 그중 하나입니다. 연어는 국내에서 팔리지 않던 생선이었어요. 훈제연어는 호텔에서 개별적으로 일부 만드는 정도였지 일반 시장에 나가던 게 아니었죠. 그때 우리나라는 훈제연어를 만들지도 못했어요. 그 훈제연어 시장을 유진수산이 개발한 겁니다. 독일에서 작은 기계 두어 개 사서 시작해 점차 발전해나갔죠. 훈제연어가 엄청나게 팔렸고, 그렇게 시작해서 지금의 인기 상품이 된 겁니다.”
- 지역을 위한 나눔 행사에도 적극적입니다.
“덕은 사업하는데 있어 근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이윤의 일정부분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이제 남은 인생은 이웃에게 감사하고 나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코로나로 어려운 이들에게 7월 중순부터 주말마다 수산물을 무료 증정하고 마트를 찾는 계양 구민들에게 무료 시식회도 열고 있습니다.”
- 한국수산물유통가공협회장 시절에 추진하신 ‘100만인 생선초밥 먹기 운동’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어민과 농민이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으로 제안했던 것입니다. 국내에서 생산한 쌀이 남는다고 해서 생각하게 됐죠. 서울역 광장이나 남산에서 캠페인을 펼쳤던 기억이 나네요. 무료시식도 진행하면서 알리려 했습니다. 성과를 남기며 마무리를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움이 있습니다.”
사훈을 설명하고 있는 장공순 회장. 장 회장은 “직원들이 즐겁고 신나는 일터를 만들겠다”고 했다.
더불어 잘살기 위한 계획
- 다시 경영 일선에 복귀하신 만큼 유진수산에 대한 계획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아들들에게 일을 맡겼을 때, 자식들이 나처럼 수산물 유통사업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회사를 법인으로 크게 만들어서 사회에 환원하고자 해요. 그렇게 해서 직원들을 비롯해 여러 사람이 먹고 살 수 있도록 해주고 싶습니다. 제가 유진수산을 이렇게 오래 했으니, 이름이 가치 있게 남도록 하고 싶습니다. 좋은 유통으로 사람들이 깨끗한 수산물을 먹을 수 있게, 또 회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생계를 함께하며 더불어 잘살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 회사를 경영하며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가치는 어떤 것입니까.
“저희 회사는 딱 하나로 얘기할 수 있습니다. ‘법대로 하자’. 그게 사훈이에요. 말 그대로 무엇이든지 법을 지키며 하자는 거죠. 그렇게 수십 년을 했습니다. 지금도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법대로만 하자고. 준법경영이 신용과 믿음으로 이어져 결국에는 고객에게 신뢰받는 회사가 될 것이라 항상 강조하고 있습니다.
- 미래를 내다볼 때, 현재 회사에서 해결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요.
“지금 저희 직원이 70~80명 정도입니다. 과거에는 300명 정도 될 때도 있었죠. 현재는 직원고용에 대한 규제나 인건비 부담도 심하지만 문제는 직원의 연령대예요. 공장에서 60대 노인들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쪽 일은 젊은 사람들이 안 해요.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안 오고, 와서는 2~3일 하다가 가버리기도 하고. 상시 직원 모집 공고를 내도 지원을 안 하니 앞으로가 더 걱정이 됩니다.”
- 우리나라 수산업 발전을 위해 조언을 해주신다면.
“유통은 다른 수산업 분야에도 영향이 큽니다. 양식을 하려고 해도 가공하고 유통하는 것을 알아야 해요. 그런 통로를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 부분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때 두산을 비롯한 그룹사들이 양식업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막대한 자본 투입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수익을 올리지 못해 지금은 손을 놓은 상태입니다. 현재도 수산물 유통에 대한 정부지원은 전무한 상태이지만, 직접적으로 가공이나 유통을 지원해주진 않더라도 사업 환경을 만들어 주는 부분은 공공기관에서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정태기 객원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