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때녀’가 몰고온 여자축구 열풍

입력 2021-07-21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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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예능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에 참가한 FC액셔니스타 팀. 감독인 이영표 전 국가대표·배우 정혜인·지이수·장진희·이미도·김재화·최여진(맨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사진제공|SBS

각본없는 드라마…시청률 7% 넘겨
박선영·최여진 등 벌써 스타탄생
여성 축구클럽 가입률 400% 늘어
“축구공 한 번 안 차봤는데 배울 수 있나요?”

SBS 예능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골때녀) 방송 한 달째. 여성 출연자들이 각기 팀을 이뤄 축구 대결을 펼치며 웃음과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앞서 농구, 축구, 골프 등 다양한 스포츠 종목을 예능프로그램이 다뤄왔지만, 여자축구는 ‘골때녀’가 처음이다. 여자축구가 아직 대중화하지 않았다는 일각의 우려에도 프로그램은 최근 7%대(닐슨코리아) 시청률을 훌쩍 넘기면서 화제몰이 중이다.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웨이브 주간 예능 차트에서도 6위에 오를 만큼 인기다.

여자축구 관심↑…“방송 파급력 실감”

인기는 여자축구에 대한 대중적 관심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여자축구를 배울 수 있는 곳을 문의하는 글부터 강의 후기 등이 심심치 않게 공유되고 있다.

20일 서울 잠실·경기 일산 등에 지점을 둔 축구교육 전문회사 제이앤스포츠의 정병훈 대표는 “한 달 새 여성 초보자들의 교습 문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면서 ”전 지점의 수강생 가입률이 이달에만 400%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골때녀’를 보고 축구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면서 직접 연습장을 찾는 여성도 부쩍 늘었다. 정 대표는 “방송의 파급력을 실감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축구화를 처음 신어본” 초보들이 축구에 점차 빠져들며 성장해가는 과정이 시청자의 마음을 뒤흔들면서 여자축구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췄다는 평가도 많다. 황선홍·이천수·최진철 등 전 국가대표 선수들이 각 팀 감독으로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이천수 감독은 최근 스포츠동아와 나눈 인터뷰에서 “‘골때녀’를 통해 여성들도 즐겁게 축구를 즐길 수 있다는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 흔쾌히 참여했다”고 밝혔다.

“불청 호나우지뉴에 진라탄까지”
치열한 승부를 통해 빚어내는 ‘각본 없는 드라마’로 새삼 시선을 모으는 스타들도 탄생했다. ‘불타는 청춘’ 출연자들이 모인 FC불나방의 박선영은 브라질 축구스타 호나우지뉴의 이름을 따서 ‘불청 호나우지뉴’로 불리고 있다. 감독들도 “에이스”로 꼽을 만큼 실력이 좋을 뿐 아니라 공을 끝까지 지켜내려는 집념도 갖춰 팬들을 모았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AC밀란 소속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처럼 스트라이커가 되겠다”는 연기자 최여진에게는 ‘진라탄’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김민경과 오나미 등 개그우먼들이 뭉친 ‘개벤져스’는 최근 토너먼트에서 탈락해 아쉬움을 남겼다. 많은 시청자가 “멤버들의 축구에 대한 진심에 감동했다”며 응원하면서 14일 방송분은 트위터의 실시간 인기 트렌드 검색어 1위에까지 올랐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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