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기자의 비하인드 도쿄] 유명무실한 도쿄올림픽 방역수칙

입력 2021-07-27 17: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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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도쿄 고토구 아쿠아틱스센터. 거리두기를 하지 않고 옹기종기 모여있는 선수단 관계자들의 모습. 마치 유관중 경기를 연상케 한다. 도쿄|강산 기자

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20도쿄올림픽을 강행하며 가장 강조했던 부분은 바로 안전이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하시모토 세이코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도 안전한 대회가 될 것이다. 전혀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몇 번이고 강조했다. 바흐 위원장은 “방역지침 위반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는 현지 취재진의 지적에 불쾌한 기색까지 드러냈다.

그러나 지금 일본이 자랑하는 강력한 방역지침은 외국인들만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나리타공항을 통해 입국할 때부터 일본인들과 철저히 동선을 분리해 움직이게 했고, 외국 취재진은 입국 후 14일간 미디어 셔틀버스(TM)와 방역택시 외의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없도록 했다.

이를 두고 현지에서도 유명무실한 지침이란 지적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스포츠동아가 올림픽 기간 방문했던 부도칸(유도경기장)과 아쿠아틱스센터(수영장) 등 실내경기장에선 무관중 경기가 맞나 싶을 정도의 분위기가 조성됐다.

26일 도쿄 치요다구 부도칸. 현지 자원봉사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일본 선수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인원도 보인다. 도쿄|강산 기자



부도칸의 경우 중계화면에 잡히는 1층 중앙 관중석에 각국 선수단 관계자들이 모여 응원을 하다 보니 유관중 경기로 착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여기에 일본 선수가 경기를 시작하면 자원봉사자와 미디어 관계자들의 응원까지 이어져 경기장 분위기가 한층 고조된다. 일본의 유도 남매 아베 히후미(남자 66㎏급)-아베 우타(여자 52㎏급)가 동반 금메달을 따낸 25일에는 그야말로 절정이었다. 2층 관중석에서 선수들의 이름을 크게 외치는 이들도 있었다.

황선우(18·서울체고)가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결선 레이스를 펼친 27일 아쿠아틱스센터도 유관중 경기에 가까웠다. 가장 많은 금메달이 걸려있는 종목이다 보니 경기장은 이른 시간부터 취재진이 가득했고, 각국 선수단 관계자들은 관중석을 채웠다. 문제는 이들이 응원하는 방식이었다. 선수의 이름을 크게 부르고, 국기를 흔들며 노래하기도 했다. 나란히 붙어 앉아 경기를 지켜보는 등 거리두기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지만, 그 누구도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조직위는 이날 “마스크를 하지 않는 등의 행동규칙 위반이 확인된 여러 선수단에게 엄격한 주의를 줬다”고 발표했지만, “방역지침 위반이 확인되면 계속 엄격한 주의를 주겠다”는 내용 이외에 다른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도쿄|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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