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기자의 비하인드 도쿄] 무관중의 고요함? ‘라이벌’ 한일전은 다르지!

입력 2021-08-01 1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한국 유도 국가대표 조구함 선수(오른쪽)와 일본 유도선수 애런 울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20도쿄올림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시즈오카현과 이바라키현, 미야기현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무관중으로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경기장에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관중의 함성이 사라진 만큼 분위기가 살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한·일전이 펼쳐진다면 어떨까. 라이벌전만큼 스포츠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매치업은 없는데, 한국과 일본의 라이벌의식은 엄청나다. 뿌리 깊은 역사적 특수성까지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일본에는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선수들은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일본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존재감을 보여주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현장에서 취재한 이번 대회 2차례의 한·일전도 그랬다. 7월 29일 도쿄 부도칸에서 펼쳐진 유도 남자 100㎏급 조구함(필룩스)-애런 울프(일본)의 결승전, 31일 도쿄 아리아케아레나에서 열린 여자배구 조별리그 A조 한·일전이다.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는 종목들인 만큼 관심은 뜨거웠고, 관중들을 대신해 자원봉사자들이 힘찬 박수로 선수들을 응원했다.

유도 100㎏급 결승전은 9분45초간의 명승부였다. 울프의 한판승으로 끝나자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일본인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은메달을 목에 건 조구함은 애초부터 한·일전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대진표를 보고 울프가 꼭 결승에 올라오길 바랐다. 일본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일본선수와 결승전을 치르는 것은 올림픽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이고, 자신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여자 배구 대표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여자배구대표팀은 한·일전 승리 직후 어느 때보다 기뻐했다. 눈물을 흘리는 선수들도 있었다. 경기를 마친 일본선수들이 도열해 있는데도 어깨동무를 하고 코트를 빙글빙글 돌았다. 한·일전 승리의 기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다. 일본 벤치 또한 득점 하나하나에 격한 리액션으로 반응했다. 한·일전 승리로 8강 진출을 확정했으니 한국선수들의 기쁨은 한층 더 컸다.

경기 후 만난 선수들의 소감이 모든 것을 설명했다. 세터 염혜선은 눈물을 흘리며 “무조건 이기고 싶었다. 내가 언제 일본과 이렇게 맞붙어보겠나 싶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정아도 “이대로 날아가도 괜찮을 것만 같다”며 “한·일전은 모두에게 특별하고,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이겨서 더 기쁘다. (한·일전에선)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되는데, 배구는 더더욱 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캡틴’ 김연경도 이날만큼은 평소처럼 웃지 않고,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이었다. “한·일전은 감정에 휩쓸리는 경기가 많다. 마인드 컨트롤을 하지 않으면 힘들다.” 그의 한마디에 모든 것이 함축돼 있었다.

도쿄|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