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한(왼쪽), 심종섭. 엘리자 무타이 코치 제공
도쿄의 혹독한 더위와 습도를 피해 이번 올림픽 육상 도로종목은 삿포로 오도리공원 일원에서 펼쳐지는데, 남자마라톤은 폐회식 당일인 8일 오전 7시 시작된다.
케냐 출신으로 2018년 9월 한국 국적을 취득한 뒤 도쿄올림픽을 통해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뛸 오주한의 개인최고기록은 2시간05분13초다. 지난달 31일 도쿄에 도착해 올림픽 선수촌에서 하루를 묵고 이튿날 삿포로로 이동해 컨디션을 조절해온 오주한은 ‘한국인 아버지’를 떠올리며 내달릴 참이다. 일찍이 오주한의 재능을 알아보고 한국 귀화를 도운 고(故) 오창석 마라톤대표팀 코치는 4월까지 케냐 고산지대에서 오주한의 훈련을 지도하다 얻은 풍토병으로 인해 제자의 올림픽 질주를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한 사람을 잃었지만 오주한은 포기하지 않았다. 2019년 국내 마라톤대회에서 2시간8분42초로 도쿄올림픽 기준기록을 통과한 그는 ‘한국을 위해 달린다’는 의미의 이름대로 모든 것을 쏟아낸다는 의지로 훈련에 매진했고, 이제 대망의 스타트 라인에 선다.
4월 마라톤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시간11분24초로 올림픽 티켓을 거머쥔 심종섭은 생애 2번째 올림픽이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대회에도 출전한 그는 황영조(1992년 바르셀로나 금메달)와 이봉주(1996년 애틀랜타 은메달)의 뒤를 이어 한국마라톤에 희망을 불어넣으려 한다.
7일 오전 7시 시작하는 여자마라톤에도 주목할 이가 있다. 최경선(29·제천시청)과 안슬기(29·SH공사)다. 한국여자마라톤의 역대 올림픽 최고 순위는 1988년 서울대회에서 이미옥이 찍은 15위다. 최경선과 안슬기가 이를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경선은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4위에 올랐다가 김혜성(북한)이 사후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여 뒤늦게 동메달을 얻었고, 안슬기는 2회 연속 밟는 올림픽 무대에 한 걸음 도약을 꿈꾸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