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구→3일 휴식→88구 이겨낸 ‘막내형’, 우울한 한국야구 확실한 수확

입력 2021-08-05 22: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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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가득했던 성인 국가대표 데뷔전에서 5이닝 9삼진 3실점. 여기에 3일 휴식이라는 과한 일정으로 짐을 얹어줬으나, 5이닝 9삼진 2실점으로 한층 더 진화했다. 막내임에도 가장 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한국야구에 한줄기 빛을 안겨준 에이스. 이강인(20·발렌시아)의 별명 ‘막내형’은 이의리(19·KIA 타이거즈)에게도 결코 과하지 않다.
이의리는 5일 일본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과 2020도쿄올림픽 패자 준결승전에 선발등판해 5이닝 5안타 2볼넷 9삼진 1홈런 2실점을 기록했다. 1일 도미니카공화국과 녹아웃 스테이지에서 5이닝 4안타 9삼진 3실점으로 버텼을 때보다 더 강해진 투구였다. 3일 휴식이라는 처음 겪는 환경에서도 이의리는 굳건했다.

2경기 연속 9삼진. 올해 1차지명으로 KIA 유니폼을 입은 이의리는 정규시즌 전반기 14경기에서 4승3패, 평균자책점 3.89를 기록했다. 이의리가 정규시즌 9삼진 이상 기록한 건 2차례. 4월 28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 6이닝 10삼진 무실점, 6월 16일 광주 SSG 랜더스전이었다. 한화전은 5일 휴식, SSG전은 7일 휴식 후 등판이었다. 정규시즌에서도 2차례만 기록했던 9삼진 이상 경기를 부담이 몇 배는 심한 올림픽에서 그것도 사흘만 쉬고 연거푸 해낸 것이다. 그야말로 태극마크 체질이다.

3일 휴식 후 등판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이의리의 역할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일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오프너 개념이 아닌, 정식 선발투수 역할이었다. 1회말 연속 삼진으로 2아웃을 잡은 뒤 볼넷과 2루타로 득점권 위기에 몰렸으나, 후속 에릭 필리아를 유격수 땅볼처리하며 부담스러운 1회를 끝냈다. 2회말에는 첫 실점. 2사 2루에서 잭 로페스에게 중전안타를 내줘 선취점을 빼앗겼다. 하지만 중계플레이로 타자주자를 잡아내며 이닝 종료.

흔들리지 않았다. 1회말 그랬듯 3회말에도 에디 알바레스~타일러 오스틴 테이블세터를 연속 삼진으로 솎아냈다. 4회말 2사 후 제이미 웨스트브룩에게 허용한 솔로포가 옥에 티.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공략한 타자에게 노림수에서 밀렸다. 여기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후속 마크 콜로스베리를 삼진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고, 5회말에도 2사 후 득점권 위기에 몰렸으나 다시 실점을 막았다. 74구로 5이닝을 채운 뒤 3일 휴식 후 88구. 고졸 루키임을 감안하면 아무리 국제대회라도 단기 혹사 논란이 불가피했다. 이의리는 그걸 이겨냈다.

막내임에도 기량과 멘탈, 영향력까지 모두 맏형 같은 풍모. 축구 국가대표 이강인이 막내형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유다. 2021년 김경문호의 이의리는 막내형이었다. 기대했던 성과를 달성하지 못한 대표팀이 얻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 고개 숙인 한국야구는 이의리라는 큼지막한 소득을 답할 수 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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