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기자의 여기는 도쿄] “무겁고 영광스러운 자리” 김연경, 그대가 있어 행복했습니다

입력 2021-08-08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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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내가 언급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무겁고 영광스러운 자리다.”


‘배구여제’ 김연경(33·상하이)은 이 말로 대표팀의 무게감을 설명했다.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밝혔던 그는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2020년 도쿄대회까지 3차례의 올림픽에서 투혼을 불살랐고, 그 덕에 여자배구는 국내 대표 인기 프로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그만큼 강력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선수임에도 김연경이 느끼는 국가대표팀의 무게감은 실로 엄청났다. 김연경이라 쓰고 한국여자배구라고 읽어도 무방할 정도의 존재감이었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주요 국제종합대회에는 늘 그가 있었다. 한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우뚝 서 코트 안팎에서 열정을 불태웠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공격, 리시브 등 배구의 기본은 물론 젊은 선수들을 이끄는 일도 그의 몫이었다. 후배들은 대표팀의 선전을 이야기할 때면 김연경에 대한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8일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벌어진 세르비아와 동메달 결정전서 세트스코어 0-3(18-25 15-25 15-25)으로 져 1976몬트리올올림픽 이후 45년만의 올림픽 메달 획득 기회를 아쉽게 놓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김연경의 2년 후배로 오랫동안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양효진(현대건설)의 한마디에서 김연경의 위상을 엿볼 수 있다. “(김)연경 언니는 ‘대표팀 환경이 더 개선돼야 하고, 우리가 성적을 잘 내야 한다’고 스무 살 때부터 얘기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을 끌고 가는 게 정말 대단하다. 지금은 그때와 비교해 정말 많은 게 달라졌다. 너무 많은 것을 누리고 있고, 혜택도 많다.”


실제로 김연경은 2018년 스포츠동아가 실시한 ‘한국 스포츠 파워 피플’ 설문조사에서 배구선수 중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로 선정됐다. 당시 전 종목을 통틀어 유일한 현역 선수였을 정도다. 이 때도 그는 “팬들에게 배구를 알릴 수 있는 수단이 더 많아져야 한다. 선수들의 인지도를 더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특히 대표팀의 경우에는 적극적인 지원을 해줘야 선수들도 믿고 의지하며 따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영향력이 큰 인물이 직접 움직이는 것만큼 확실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은 많지 않다. 김연경은 ‘배구 발전’을 위해 직접 움직였고, 목소리를 냈다. 국민들은 이번 대회에서 여자배구대표팀의 득점 하나하나에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김연경은 선수생활의 마지막 방점으로 여겼던 올림픽 메달을 끝내 거머쥐지 못했다.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했기에 더 이상의 기회는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그는 한국여자배구의 발전이란 엄청난 가치를 선물했다. 마지막 올림픽의 마지막 경기, 마지막 발언까지 배구 발전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많은 관심을 받으며 즐겁게 배구를 했다. 여자배구를 대중에게 알릴 수 있게 돼 기분이 좋다. 정말 꿈같은 시간이다. 후배들도 많이 응원해달라.” 메달로만 측정할 수는 없는 ‘배구여제’의 아름다운 ‘라스트댄스’였다.

도쿄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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