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 감독.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대한축구협회(KFA)도 나름 열심히 노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재정적 어려움 속에서도 가나(6월)~아르헨티나~프랑스(이상 7월) 등 훌륭한 스파링 파트너를 초청했고, K리그의 협조를 얻어 선수들을 큰 잡음 없이 차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결정적 순간, 제대로 헛발질을 했다. 현장과 한참 거리를 두고 있다가 정몽규 회장 3선 집행부가 꾸려진 올해 초 집행부로 복귀한 황보관 대회기술본부장을 올림픽대표팀 단장으로 선수단과 동행시킨 것이다.
김학범 감독을 23세 이하(U-23)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했고,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부터 지난해 초 올림픽 예선을 겸한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등을 함께 거치며 현재 선수단을 가장 잘 아는 김판곤 전력강화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배제됐다.
김 감독과 가장 긴밀하게 소통하고, 대회를 준비하며 경기에 대비할 수 있는 인물은 황보 본부장이 아니라 김 위원장이라는 것은 축구계 누구나 뻔히 아는 사실임에도 KFA는 어찌된 영문인지 최악의 인사를 단행했다.
KFA의 이해 못할 헛발질은 또 있었다. 테크니컬스터디그룹(TSG) 위원을 현장에 파견하지 않은 것이다. 역시나 올림픽 AD카드(출입증) 수량 부족을 이유로 댔는데, 이럴수록 전문가 그룹이 파견됐어야 옳다. 역시나 결과는 참사였다. 상대 분석과 대응책 마련, 전략 수립 등의 측면에서 올림픽대표팀은 고전이 불가피한 구조였다.
하지만 모든 절차가 끝난 게 아니다. 올림픽 리뷰가 기다리고 있다. KFA 전임 집행부는 주요 국제대회가 끝날 때마다 리뷰를 진행했다. ▲코칭스태프 대회 결산 ▲현장 파견 TGS 리포트 ▲스포츠과학위원회의 체력준비 보고서 ▲스카우트위원회의 선수 선발 의견 등에다 KFA 행정 파트의 대표팀 지원(캠프·평가전 등) 보고 등이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구조로 대부분은 미디어 브리핑까지 열어 궁금증을 해소하도록 했다.
그런데 현 집행부가 동일한 의지를 갖고 올림픽 리뷰를 한다고 해도 ‘반쪽짜리’가 불가피하다. 김 위원장과 TSG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올림픽 이전의 과정에 불과하다. 가장 중요한 일본 현지 상황을 리포트로 만들어 보고하는 것은 온전히 황보 본부장과 이번 인사를 단행한 누군가의 몫이 됐다. 올림픽 성화가 꺼진 지금까지도 복지부동의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KFA의 다음 행보가 궁금할 뿐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