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만8425명+@ 신뢰 저버린 한국야구, 분노보다 더 아픈 무관심 자초했다

입력 2021-08-1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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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참담하다. 출범 40년을 맞이한 KBO에 최악의 위기가 찾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포츠면 대신 사회면을 장식하는 소식이 한 달 새 수도 없이 쏟아졌다. 팬들의 인내심은 또 다른 강력범죄가 나와도 동요하지 않을 수준까지 도달했다. 팬들은 프로야구선수들의 연이은 범법행위에 분노보다 ‘무서운 무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건·사고 타임라인만도 한 세월

리그 출범 후 최악의 한 달이다. 두산 베어스는 소속선수 A가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의 무작위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 성분이 검출된 사실을 10일 인정했다. A는 청문회에서 직접 입장을 소명한 뒤 현재 KADA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두산의 입장 표명도 KADA의 판단이 나온 뒤로 예정돼 있다.

불과 하루 전인 9일 대형 뉴스 2개가 쏟아진 뒤라 파장이 더욱 컸다. 9일 오전 키움 히어로즈는 외야수 송우현이 음주운전으로 경찰조사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KIA 타이거즈가 외국인투수 애런 브룩스의 퇴단을 알렸다. 미국에서 주문한 전자담배의 8일 세관 검사 과정에서 대마초 성분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브룩스는 “대마초 성분이 없는 것으로 알고 주문했다”고 항변했지만, KIA는 선제적으로 결단을 내렸다.

2020도쿄올림픽 ‘노 메달’의 충격이 사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대형 사건 3개가 터졌다. 당장 올림픽 휴식기가 일주일 늘어났던 것도 선수들의 일탈 때문이다. NC 다이노스 박민우, 박석민, 이명기, 권희동은 잠실 원정 호텔에서 방역수칙을 어기고 술판을 벌였다. 결국 1군 선수단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접촉자가 줄을 이었고, KBO 이사회는 7월 12일 전반기 일주일 조기 종료에 합의했다. 같은 호텔에서 한화 이글스 주현상, 윤대경과 키움 한현희, 안우진 역시 방역수칙을 어기고 술판을 벌인 것이 알려져 논란이 커졌다.

코로나에도 찾아준 89만108명+@에 대한 배신

코로나19가 기승인 와중에도 팬들은 꿋꿋이 야구장을 찾았다. 지난해 정규시즌 32만8317명, 올해도 10일까지 89만108명이 입장했다. 맥주 한 잔 마시지 못하고 짜릿한 순간에 함성조차 사치인 야구장을 찾은 이유는 오직 하나, 응원하는 팀과 선수를 보고 박수 치기 위해서다. ‘직관’이 어려워 중계화면으로 KBO리그를 지켜본 팬들까지 더한다면 숫자는 훌쩍 늘어난다. 한국야구는 그 믿음을 배신했다.

래리 서튼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후반기 개막일인 10일 “문화를 떠나 어떤 프로스포츠든 팬들은 대단히 중요한 존재다. 우리가 다시 팬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연고지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팬들을 위해, 팬들이 다시 야구를 즐기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튼 감독이 말했듯 선수들은 단순한 개인이 아니다. 개인의 일탈은 곧 리그 전체에 먹칠을 하는 셈이다.

이 시국에도 자신들을 찾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팬들이 없어 야구할 맛이 안 난다’는 말에 조금의 진심이라도 섞였다면, 자중해야 했다. 팬들이 더 이상 야구를 믿고 즐기지 않아도 탓할 수 없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진 뒤 관중석에 빗장이 풀린다고 해서, 많은 관중이 찾을 것이란 기대는 갈수록 줄어든다. 이 모든 사태는 한국야구가 자초한 일이다.

창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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