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MVP] 공 보고 공 치며 쌓은 3300루타…이대호 앞 의미 없는 숫자 6과 40

입력 2021-08-11 21: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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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이대호. 스포츠동아DB

KBO리그 역사상 전무후무한 타격 7관왕에 세계 유일한 9경기 연속 홈런. 이대호(39·롯데 자이언츠)가 쌓아올린 역사들을 온전히 설명하기 위해선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저 공을 보고 공을 치며 쌓은 루타가 어느새 3302개. 이대호에게 나이와 타순은 숫자일 뿐이다.

롯데는 11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5-4로 승리해 후반기 쾌조의 흐름을 이어갔다. 선발투수 앤더슨 프랑코가 5이닝 3실점으로 이닝 소화에서 다소 아쉬움을 보였지만, 뒤이어 등판한 불펜진이 4이닝 1실점을 합작하며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타선에서는 지시완이 0-0으로 맞선 2회초 데뷔 첫 만루홈런을 쏘아 올렸다. 여기에 NC의 추격이 시작되며 4-3으로 쫓긴 6회초, 이대호의 홈런이 결정적이었다.

6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한 이대호는 6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좌월 솔로포를 뽑아냈다. 볼카운트 1S에서 최금강의 슬라이더(120㎞)를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겼다. 시즌 15호 홈런. 이 홈런으로 이대호는 통산 3300루타를 달성하게 됐다. KBO리그 역대 7번째 기록. 개인에게도 의미 있는 하루인데, 팀이 승리했으니 기쁨은 두 배 이상이었다.

이대호는 올 시즌 52경기에 선발출장했는데, 4번타순으로 나선 건 29경기(55.8%)로 절반을 약간 넘는다. ‘조선의 4번타자’라는 별명이 어울렸던 그에게 4번타순 이외는 언뜻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3번타자로 13경기, 5번타자로 2경기에 이어 최근에는 주로 6번타순을 맡고 있다. 래리 서튼 감독의 철학 때문이다.

서튼 감독은 이날 경기 전 “감독마다 라인업을 짜는 기준이 다를 것이다. 내 철학상 운동 신경이 좋은 선수들이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타순이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대호는 커리어 내내 4번타순을 맡은 선수다. 대단한 타자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4번타자가 2회 선두타자로 나설 가능성이 50% 이상이다. 4번타순이 아닌 다른 데 배치하면서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이대호에게 중요한 건 타순이 아니라 팀 성적이다. 롯데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 우승을 할 수만 있다면 대타로만 나가도 행복하다는 것이 그의 진심이다. 지금 롯데가 가을 희망을 노래하는 데 ‘간절한 이대호’의 지분은 상당하다. 이닝 교대 때마다 언제나 덕아웃 맨 앞에 서서 후배들을 반기고 격려하는 것도 같은 의도다.

한국나이로 40세, 불혹임에도 후배들과 경쟁에서 전혀 밀리지 않으며 준수한 타격 생산력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의 4번타자’라는 별명이 찰떡처럼 어울렸던 그가 이제는 6번타순을 주로 맡고 있지만, 그 위압감은 숫자에 담기지 않는다.

“50홈런보다 한국시리즈가, 영구결번보다 우승반지가 더 절실하다. 말해 뭐하나. 솔직히 우승 말고 다른 것들이 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올해 스프링캠프 때 털어놓은 진심이다. 언제나 자신이 뱉은 말을 실현했던 이대호에겐 아직 지키지 못한 약속 하나가 남아있다. 그 각오 앞에 6번이라는 타순, 40세라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창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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