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사커] 새삼 돋보이는 김기동 리더십

입력 2021-08-2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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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스틸러스 김기동 감독. 스포츠동아DB

포항 스틸러스 김기동 감독. 스포츠동아DB

지난 시즌 K리그1(1부) 우승은 전북 현대가 차지했지만, 감독상은 3위 포항 스틸러스의 김기동 감독에게 돌아갔다. 3위 팀 지도자가 감독상을 수상한 건 사상 처음이었다. 12팀 중 최다 득점(56골)을 기록할 만큼 화끈하고 빠른 공격축구를 주도한 김 감독의 지도력은 정평이 났다. 시즌이 끝난 뒤 중국 클럽 등 여러 곳에서 러브 콜을 보냈지만, 김 감독은 포항과 2년 재계약을 했다.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포항은 잇따른 선수 이탈로 어려움에 처했다. 지난 시즌 공격을 주도했던 ‘1588’(일류첸코·오닐·팔로세비치·팔라시오스) 가운데 팔라시오스를 제외하고 모두 팀을 떠났다. 또 베테랑 김광석과 최영준도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구단 안팎에서 걱정을 했다. 김 감독의 고민은 깊어졌다. 여러 궁리 끝에 돌파구를 찾았다. 신진호 등 한 때 포항 유니폼을 입었던 선수들을 불러들여 빈틈을 메웠다. 아니 더 단단하게 팀을 만들었다.

포항은 23일 현재 K리그1 3위다.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굳건하다. 구단의 지원이 줄어드는 상황이지만 팀 성적은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시즌 초반 6경기 연속 무승(2무4패)으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이후 3연승을 비롯해 꾸준한 경기력으로 상위권에 자리했다. 또 2021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도 조별리그를 통과하고 16강에 올랐다. 감독의 탁월한 리더십 덕분이라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김 감독의 열린 마인드는 일상이다. 어떤 사안이든 선수들과 터놓고 얘기한다. 선수들도 편하게 다가간다. 그런 소통으로 서로에겐 믿음이 생겼다. 감독은 선수가 고맙고, 선수는 감독이 든든하다. 골키퍼 강현무는 “선수들이 똘똘 뭉쳐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수적 열세 속에서도 26라운드 FC서울과 원정경기를 2-2로 비긴 김 감독은 “팀이 단단해졌다”며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긍정적이다. 위기 상황에서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그래서 즐거운 축구가 가능하다. 최선을 다했다면 승점 1점에도 의미를 부여한다. 서울전 무승부에 대해 김 감독은 “시즌이 끝나면 이 1점이 엄청난 선물이 될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김 감독의 능력은 위기에서 더욱 빛난다. 포항은 이번 여름이적시장에서 왼쪽 날개이자 주요 득점원인 송민규를 전북 현대로 보냈다. 이적과정이 매끄럽지 못해 한동안 시끄러웠다. 이내 냉정을 찾은 김 감독은 수습에 나섰다. 그 자리를 강상우에게 맡겼다. 묘수였다. 강상우는 2경기 연속 골을 터뜨렸고, 포항은 안정을 되찾았다. 김 감독은 “포항만의 끈끈한 정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게 바로 그가 원하는 ‘원 팀’의 초석이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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