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튼 체제 첫 5할 승률…원 팀 롯데, 리빌딩 대신 리툴링은 옳았다

입력 2021-09-09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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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거인 모드다. 롯데 자이언츠가 래리 서튼 감독(52) 부임 이후 기준으로 첫 5할 승률 진입에 성공했다. 전반기 막판부터 시작된 상승세는 올림픽브레이크 이후 더욱 탄력을 받았다. 후반기 승률 1위. 멀게만 보였던 4위도 어느새 눈앞에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리빌딩 대신 리툴링, 신구조화로 일낸다
롯데는 8일까지 45승51패3무(승률 0.469)로 8위다. 전반기를 8위로 마쳤으니 순위 변동은 없지만 간격은 줄였다. 7위 두산 베어스와는 0.5경기, 4위 SSG 랜더스와도 4경기 차이다. 롯데는 5월 11일 허문회 감독을 경질하고 2군 지휘봉을 잡고 있던 서튼 감독을 승격시켰다. 당시 롯데는 12승18패로 최하위였다. 서튼 감독도 부임 초반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전반기 막판부터 무서운 속도로 승수를 쌓고 있다. 8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 승리로 서튼 감독 부임 후 33승33패3무, 5할 승률을 맞추는 데도 성공했다. 후반기 성적은 13승7패2무(승률 0.650)로 1위다.

서튼호의 키워드는 리툴링이었다. 젊은 선수들로 새 판을 짜는 리빌딩 대신, 기존 베테랑들과 유망주들의 시너지를 목표로 삼은 것이다. 이대호 전준우 김원중 박세웅 등 베테랑이 중심을 잡으니 추재현 최준용 등 1군 경험이 적은 유망주들이 걱정 없이 맘껏 뛰놀고 있다.

올림픽브레이크가 준 두 가지 선물
4주간의 올림픽브레이크는 롯데에 호재였다. 서튼 감독은 “팀 빌드업을 위해 아주 유용했던 시간”이라고 회상했다. 무더위의 연속이었음에도 서튼 감독은 서머 캠프 훈련강도를 높였다. 스프링캠프 때와 달리 그라운드에서 쉴 틈이 없었다. 후반기 개막 후 만난 선수들은 모두 “진짜 ‘빡세게’ 운동했다”고 입을 모았다.

프런트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NC 다이노스에 신인 지명권을 내주며 투수 강윤구를 데려왔다. 강윤구는 후반기 11경기서 3홀드, ERA 0.00으로 안정감을 뽐내고 있다. KT 위즈에서 데려온 이강준도 2군에서 연투까지 소화하는 등 몸 상태가 정점에 달했고, 콜업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누구 한 명에 의존하지 않는 ‘팀 자이언츠’
전반기 롯데는 팀 타율 1위, 팀 평균자책점(ERA) 10위로 극과 극의 팀이었다. 후반기엔 팀 ERA 3위, 팀 타율 6위다. 박세웅이 후반기 4경기 ERA 0.96으로 리그 최고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덕도 있지만, 후반기 롯데의 키워드는 불펜이다. 22경기에서 3승1패22홀드11세이브, ERA 3.13을 합작했다. 전반기 77경기서 15승16패28홀드13세이브, ERA 6.05를 기록한 것과 딴판이다. 경기수는 3분의1 수준인데 ERA는 반토막이며 누적 지표인 세이브와 홀드는 거의 따라잡았다. ‘클로저’ 김원중은 후반기 11경기서 단 10개의 출루만 허용하며 ERA 0.00의 압도적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셋업맨 최준용도 11경기서 5홀드를 쌓으며 ERA 1.80, 여기에 김진욱도 9경기서 1승4홀드, ERA 1.29로 준수하다.

“언제까지 나나 (전)준우, (손)아섭이가 주인공이어서는 안 된다.” 2017시즌에 앞서 KBO리그로 돌아온 이대호는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했다. 단지 최고참이 아닌, 롯데 팬의 한 명으로서 후배들의 성장을 누구보다 바랐으나 좀처럼 응답은 없었다.

올해 롯데는 이대호의 팀도, 댄 스트레일리의 팀도, 서튼의 팀도 아니다. 성공적인 리툴링. 누구 한 명이 아닌 ‘팀 자이언츠’가 기적을 향한 첫발을 내딛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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